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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혁 Jul 02. 2019

영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리뷰

큰 책임감과 비례하는 실망감

1. 영웅의 죽음과 시작된 난세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가 사라진 이후 더 이상 어벤저스, 아니 히어로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전 세계인들의 관심사는 '이제 누구를 믿고 의지할 것인가'에 쏠린다. 영화는 아이언맨의 죽음 이후 그 자리를 이어나갈 스파이더맨인 피터 파커의 시련과 성장을 담아내고 있다. 물론 '시련과 성장'이라는 단어 안에는 피터의 연애 이야기와 스타크에 대한 죄책감, 아직 어린 히어로서의 고뇌 등등 많은 이야기가 압축되어 있다. 페이스 3의 마무리 작품이자 세대교체가 본격적으로 개시될 페이스 4의 물꼬를 터는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작품이라는 점이 제작진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왔는지 영화는 너무 많은 것들을 동시에 보여주려 한다.

2. 연애도 하고, 성장도 하고, 정체성도 찾고

영화의 큰 줄기는 바로 이 세 가지로 나뉜다. 전작인 홈커밍에서 뿌려졌던 MJ 떡밥을 회수하기 위한 피터 파커와 MJ의 우여곡절 연애 스토리부터 아직 어린 나이에 토니 스타크의 뒤를 이어야 한다는 부담감에 자꾸 도망치려 하는 피터의 성장 이야기, 그리고 냉혹한 현실과 마주하며 더 성숙한 히어로로 정체성을 확립해가는 과정까지. 영화는 이 모든 것들을 조금도 쉴 틈 없이 한 번에 보여주려 한다. 게다가 바로 전작인 엔드게임의 어두운 분위기를 환기시키기 위함인지 영화는 크고 작은 개그 씬들을 계속 중간에 삽입하며 스파이더맨 특유의 가족영화 분위기 또한 유지하려 한다. 이 때문에 영화의 장면이 바뀔 때마다 서로 다른 영화를 이어 놓은듯한 느낌이 든다. MJ가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학교 시트콤 물 느낌이, 미스테리오가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전작에서 본듯한 익숙한 설정의 빌런이 등장하며 갑자기 분위기가 어두워지더니 피터의 반 친구들이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뜬금없이 개그 씬으로 바뀌며 산만한 전개를 보여준다. 페이스 4를 대비해서 스파이더맨에게 많은 기대를 건 제작진의 부담은 이해가 가지만 굳이 이런 많은 이야기들을 쉬지 않고 바로 풀어나갈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시지는 있다

이런 산만한 전개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는 꽤 충격적이었다. 영웅들의 죽음 이후 이제 누구를 믿어야 할지 혼란에 빠진 피터를 포함한 전 세계인들과 이런 난세를 틈타서 사람들의 '믿음'을 이용하는 빌런의 등장. 물론 드론의 능력이 현실적인가 아니냐를 떠나서 이런 설정 자체만으로 미스테리오의 캐릭터를 꽤 매력 있었다. 사람들을 금세 믿어버리는 순진한 피터의 결점이자 강점인 공감능력도 이런 빌런을 통해 냉혹한 형실과 마주하면서 성장해 나간다는 이야기도 꽤 의미가 있었다. 무엇보다 마지막 쿠키영상을 통해 관객까지 속여 버리면서 '더 이상 무엇이 진짜고 무엇이 거짓인지는 중요하지 않다'라는 반전의 반전을 거듭한 메시지까지 영화는 끝까지 긴장감을 놓치지 않게 만든다. 그러나 이 쿠키영상으로 인해 영화의 전체적인 주제가 흐려지고 아예 허무하게 만들어 버렸다는 느낌도 들었다. 무엇이 참이고 무엇이 거짓인가라는 이런 철학적인 주제를 가지고 왜 좀 더 심도 있게 만들지 못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4. 그래도 액션은 화려하다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전작 홈커밍에선 피터가 영 힘을 못 쓰고 악당들에게 질질 끌려다니다 마지막에 정신력으로 버티며 한 방 먹이는 스토리라면 이번에는 비슷한 스토리에 더 화려한 액션과 스케일이 더해졌다. 미스테리오의 현실과 가상현실을 오가는 화려한 그래픽과 더 다양한 그동안의 전투를 통해 발전된 '스파이더맨 기술'을 구사하는 피터의 액션이 이번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띈 요소이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의 테마음악 또한 차세대 슈퍼 히어로로 거듭날 피터의 성장을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중 하나였다. 특히 스파이더맨의 상징과도 같은 마천루 사이들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웹 스윙을 쿠키영상으로 넣으면서 스파이더맨의 오랜 팬들을 위한 팬 서비스까지 놓치지 않았다.


5. 총평

깊은 메시지를 기대하지 말고 그냥 즐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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