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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혁 Aug 01. 2019

영화 <엑시트> 리뷰

결국 스스로 생존해야 하는 우리들

1. 미묘하게 다른 형태의 휴머니즘


재난영화의 가장 근본적인 메시지는 바로 휴머니즘이다. 기본적인 플롯은 간단하다. 평범하게 살아가던 개개인이 자신들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거대한 재앙을 마주하고 그 재앙 아래 힘없이 무너지고, 삶의 의지를 되찾고 누군가의 희생 아래 갈등을 회복한다-라는 줄거리가 모든 재난영화의 틀이 되는 가장 정석적인 테두리이다. 그러나 영화 <엑시트>는 이런 기본적인 재난영화의 틀을 빌려 조금은 다른 형태로 비슷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예고편에서도 강하게 느껴지는 B급의 냄새에도 알 수 있듯이 <엑시트>가 기존의 재난영화와 흡사한 스토리라인을 따라간다고 예상한다면 크게 실망할 수 있다. 영화는 재난이라는 소재를 심각하거나 진지하게 다룰 생각이 없다. 오히려 <엑시트>의 '진짜' 소재는 재난이 아닌 그 재난 앞에 놓인 사람들, 특히 '청춘 세대들의 애환'이다.
어리지도, 그렇다고 나이가 많지도 않은 애매하게 사이에 낀 이 세대들은 누구에게도 구조받지 못하고 오롯이 자신들의 힘으로 생존해 나간다. 유독가스를 피해 한없이 더 높은 곳으로 향하며 끝까지 자신들이 여기 있다고 소리치는 모습을 보다 보면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청춘들의 자화상을 보는 것 같아 씁쓸했다. 무엇보다 영화가 이 주인공들을 단순히 재난영화의 클리셰로 범벅된 젊은 남녀 캐릭터로 조명하지 않고 저마다의 사연이 있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로 묘사했다는 점 때문에 영화가 주려는 메시지가 더욱 와 닿았다.

2. 그래도 기본은 충실해야지
그러나 <엑시트>에 높은 평점을 줄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재난영화로써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인 요소들을 전혀 따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영화에서 묘사되는 유독가스는 초반에 사람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조금 보여준 걸 빼면 별로 사태의 심각성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진지하게 다루어 지지도 않고 주인공들이 탈출하는 모습도 비슷비슷한 그림에 쓸데없이 웅장한 음악만 깔아놓은 탓에 전혀 긴박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B급이라는 노선을 택했으면 아예 개그 씬이라도 제대로 보여줘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식상하고 유치한 개그들의 단순 반복만 보여줬다. 기존의 뻔한 좀비 영화를 B급 감성으로 칠하다 못해 아예 바꿔버린 <새벽의 황당한 저주>처럼 <엑시트> 또한 아예 진지함과 가벼움에서 한 곳만 팠다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든다. 이도 저도 아닌 영화의 무게감 때문에 영화를 마냥 웃으면서 볼 수도, 그렇다고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도 없었던 걸국 이것도 저것도 아닌 맹탕 같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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