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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혁 Jan 16. 2022

사진관 직원의 일기

사진은 못 찍어드립니다만

사진관 직원으로 일한 지도 어느새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사실 나는 사진 찍는 걸 좋아하지는 않는다. 누군가의 피사체가 되기에는 너무 겁이 많은 탓인지, 내가 생각하던 나의 모습 대신 현실의 ‘나’를 마주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솔직히 말하면 후자의 이유가 더 강하다. 카메라 렌즈를 들이대면 괜히 잘 나와야 한다는 압박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런 압박은 내가 피사체가 되는 경우는 물론, 누군가를 사진으로 담아줄 때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왜 사진관 직원으로 일하게 됐냐고 묻는다면 생각보다 이유는 단순하다. 이 브랜드가 갖고 있는 이야기가 좋아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글을 쓸 수 있어서. 


일주일에 두 번, 월요일은 사진가들의 글을 다듬고 정리해서 내가 쓴 글과 함께 올리는 날이다. 처음에는 술술 써지던 글들도 이제 점점 수가 많아지다 보니 글을 쓸 때마다 드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지난번에 썼던 문장은 아닌지, 비슷한 단어를 반복적으로 사용하고 있지는 않은지, 에디터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퀄리티의 글인지를 따지다 보면 타이핑을 치는 소리의 간격은 점점 길어질 수밖에 없다. 


금요일은 모든 것을 혼자 해야 하는 날이다. 콘텐츠 기획부터 작성까지 전부,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모 히어로의 말마따나 에디터로서의 책임감이 가장 무겁게 느껴지는 날이다. 브랜드의 이야기를 전달하면서 누구나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는 글을 술술 쓸 수 있다는 건 정말 축복받은 일이다. 혹시라도 그 비법을 안다면 언제든지 전수해주길. 


가끔씩 브랜드의 이야기만 해서 지칠 때는 브런치에 글을 남긴다. 영화 리뷰, 수필, 짧게 짧게 드는 정리되지 않는 잡다한 생각들까지. 이렇게 전혀 다른 스타일의 두 이야기를 쓰다 보면 한 가지의 이야기만 쓸 때 경험할 수 있는 단점들을 서로가 충족해주는 느낌이 든다. 


글을 쓰는 건 모두가 할 수 있지만, 잘하는 사람은 드물다. 기억은 희미하지만 아마 우리 어머니가 해주셨던 말인 것 같다. 맞다, 시간과 의지만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좋은 취미가 바로 글쓰기다. 심지어 돈도 들지 않는다. 누구나 할 수 있기에 평가받기도 쉬운 일이다. 개인적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모두 예술가라고 생각하는데, 평생을 평가받고 살아야 하는 것이 예술가의 숙명 아니겠는가.


그래서 쉽게 자아도취에 빠지기도 하고, 자존감이 떨어지기도 하고 하루에도 몇 번이고 기분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좋은 글'이라는 명확한 기준이 있다면 따라 쓰기만 하면 되겠지만 예술에 정답은 없다. 한 가지 우물을 파거나, 미리 파 둔 우물이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를 기도하거나 둘 중 하나다. 글을 쓰는 사람이 많다 보니, 꼭 평가가 아닌 관심만 받더라도 감지덕지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혹시나 어떤 글을 쓰고 있는지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링크를 남긴다. 원래 악플보다 무플이 더 슬픈 법이다. 


작가가 쓰는 브랜드 아티클 보러 가기 > https://url.kr/798hn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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