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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혁 Jan 09. 2022

집이라는 안식처


"잘… 모르겠네."


오랜 침묵을 깨고 아버지가 나에게 한 말은 그게 전부였다. 오랜만에 아버지와 전화를 하며 이런저런 시시콜콜한 안부를 묻던 중 문득 나는 '집은 어떻게 사는 거냐'는 질문을 던졌다. 현실적인 조언보다는 새하얀 거짓말을 원했던 나에게 그의 대답은 생각보다 더 먹먹했다.


나이를 먹고 집을 사고, 결혼을 하고. 당연하게만 보였던 것들이 실은 뒤에는 말 못 할 사정들과 수많은 이유들을 덮고, 또 덮어서 만들어진 것들이라는 걸 알았을 때. 언제나 해답이 되어주던 당신의 존재가 이제는 무기력해 보일 때. 집이라는 곳은 점점 낯설게만 느껴졌다. 


어렸을 적 외할머니가 살고 계신 아파트에 놀러 가는 일이 그 어떤 일보다 즐거웠던 이유가 어쩌면 온 가족이 살던 반지하방을 떠나서였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버스를 타고 내다보던 창문 밖의 아파트들이 더 이상 그렇게 그리운 집이 아닌, 보기만 해도 숨이 턱 막히는 존재가 되어 돌아왔을 때. 


보증금이라는 낯선 단어가 이제는 현실이 되어 날카롭게 찌를 때. 돌이켜보면 우리가 살던 곳의 집값과 행복의 크기는 결국 비례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나는 더 이상 집을 안식처로 보지 못하기 시작했다. 


닿을 수 있을 것 같았던 꿈이, 실은 이루어질 수 없는 현실이라는 걸 알았을 때 집은 그렇게 두려운 존재가 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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