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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혁 Mar 22. 2022

글도 콘텐츠가 되나요

뭔가를 만드는 직업을 삼는다는 것

‘자컨’이라는 단어의 뜻을 알게 된 건 또 다른 ‘자컨’을 통해서였다. 자컨이 뭐냐 하면은, 바로 아이돌 기획사가 직접 ‘자체 제작한 콘텐츠’의 줄임말이다. 자체 유튜브, 자체 예능… 그야말로 자컨의 시대다. 이 트렌드의 파도에 발을 담그기 시작한 건 아이돌 회사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브랜드들도 마찬가지다.


당근 마켓은 화제가 됐던 한 유튜브 채널의 영상을 아예 광고로 만들었다. 토스는 토스 피드라는 자체 아티클을 생산하며 ‘돈’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들을 모으고 있다. 이 바닥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인 넷플릭스의 독주체제를 막기 위해 애플도 자체 제작한 드라마 리스트업을 공개하며 콘텐츠 전쟁에 끼어들었다.


고객은 브랜드의 제품에는 한 없이 냉정하지만, 콘텐츠에는 훨씬 관대하다. 싫어하는 브랜드는 죽어도 절대 안 사지만, 그 브랜드가 만드는 콘텐츠는 거부감 없이 소비한다. 재밌는 건 참을 수 없다. 이건 영상뿐만 아니라 텍스트에도 해당된다.


영상 콘텐츠가 발에 차이는 시대에서 텍스트 매체들은 예상치 못한 역풍을 맞았다. 부정적인 의미가 아닌 긍정적인 의미에서의 역풍이다. 영상이나 이미지가 대부분의 파이를 차지하고 있지만 오히려 이런 때일수록 전통적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인 텍스트의 수요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과생산 되고 있는 비주얼 콘텐츠보다 정보 전달적인 면에서 신뢰감을 줄 수 있고, ‘전문성’을 어필하고 있는 가지각색의 뉴스레터들이 매일같이 메일함을 두드린다.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매일 수십 개나 되는 뉴스레터들을 읽게 된다. 요새 좋아하게 된 에디터가 있다. 요기 레터와 앤초비 북클럽에 글을 쓰고 있는 박찬용 에디터다.

정신없이 그의 글을 읽다가 이 정도면 나도 쓰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어 무작정 써보기 시작했다. 아니었다. 비유를 하자면 내가 지금껏 써온 글은 호흡이 긴 장편영화, 그가 쓴 글은 단편영화였다. 짤막한 호흡이지만 얕지 않고 의미도, 재미도 있는 글이었다. 무엇보다 내가 찾아보는 글 여기저기에서 그의 이름을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이 나를 더 비참하게 만들었다. 왜 나는 이렇게 되지 못할까.


창작하는 사람이라면 어쩔 수 없이 열등감을 자주 느낀다. 그러다 문득 어떤 ‘자컨’에서 봤던 글이 생각났다. 열심히 하려 하지 말고, 그냥 하다 보면 잘 된다. 그래서 일단 써보기로 했다. 뉴스레터도 시작했다.

https://maily.so/weeklymovie


궁금하다면 한번 둘러보시길. 읽는 시간에 비해 얻어가는 게 많은 가성비 좋은 뉴스레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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