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재학생 대상으로 진행하는 마음 챙김 비교과목을 신청했다. 생각보다 포괄적인 질문지를 받아서 기대한 만큼 시간을 투자하지 않게 되던 차에, 결과지 설명을 위한 통화를 받고 의연하게 들으면서 설명하다가 상담 권유를 받게 되었다. 사실 많이 머뭇거렸다. 나보다 더 힘든 학부생들도 많을 텐데, 난 지금 만족한다 싶어서. 그러다 친절하게 재차 괜찮다고 하셔서 상담에 응했고, 상담 첫날 난 크게 지각했다.
헐레벌떡 상담사를 마주하게 되었고, 그날 하필 오전까지는 마음이 중력을 많이 받아서 상담받기 좋은 상황이었는데 오후에 기쁜 소식을 들어서 행복해진 상황이었다. 상담 결과를 말씀해주시면 내가 지금 상황이 이러하여 그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 하고, 어떤 성향이 두드러진다고 말씀하시면 질문과 달리 환경에 따라 잘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는 동안 명치와 목구멍 사이에 묵직한 울음덩어리가 걸렸다.
깊숙한 얘기도 아무렇지 않게 얘기하면서 솔직한 마음을 편안하게 말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서러운 마음이 놓였나 보다. 요즘 매일 그냥 울고 싶은데 울 시간이 없다고 말하는 와중에 울컥하고 올라왔다.
다행히도 쏟아내진 않았다. 그럴 시간이 아니었다. 행복한 저녁 약속이 있었기에 상황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 내가 너무 상담을 모르고 있었던 것 같다. 아니면 너무 오래돼서 까먹었던가. 내 감정을 나라도 잘 알고 챙겨야 했던 건데. 그동안 할 일들에만 쌓여 지내서 이렇게 마음 위로 먼지가 꼈나 보다.
어린 나를 한때는 외면했고, 한때는 후회도 했던, 서른이 넘고서야 알아봤는데 삶에 쓸려가다 보니 이렇게 또 너를 가둬놨었구나.
어쨌든 계획에 없던 심리 상담은 생각보다 잘한 선택이었다. 물론 앞으로도 지각없이 잘할는지는 모르겠다. 주변 시선에도 위축되는 건 있다. 용기를 내려 해도 쉽지 않은 건 현실이고. 왜 인간은 사회 속에 사는 동물이어서 이렇게 힘들까. 사회 속에 있기에 힘을 주는 이들도 있고. 참 어렵다.
아, 그래서 오늘의 갑자기 쓴 글 결론은 안정감을 찾은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