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인현 May 04. 2023

질문

대답

  나는 질문 중에 [왜?]라고 물어보는 걸 제일 좋아한다. 내가 묻는 것도 남이 물어봐 주는 것도 좋다.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무엇을, 그런 건 별로 즐겁지 않다. 어릴 때부터 질문을 많이 하는 아이여서 사람들이 싫어했던 기억이 있다. 그중에 제일 싫어하던 질문은 [왜?]. 대부분이 대답하지 못하거나 대답을 피했다. 혹은 거짓으로 꾸미기도 했지.      



 어릴 적엔 부모님을 따라 교회에 갔어야 했는데 거기에서는 궁금증이 더 많아서 사람들을 귀찮게 했더랬다. 그런데도 괴롭힘당하지 않고 언니오빠들 사이에서 잘 지낸 게 신기할 정도. 제일 궁금했던 건 기도할 때 왜 눈을 꼭 감아야 했는지였다. 아무도 그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대답을 주지 못했다. 그냥 감으라는 말도 들었었다. 그러다 좀 나이가 들고 초등학교 5학년 때였나, 젊고 온화한 여전도사님이 우릴 맡아 지도했었는데 그분의 대답은 달랐다.     


 “눈을 감고 목소리를 들으면 조금 더 가깝게 들리고 집중하게 되지 않니? 그러면 우리가 기도하는 것들이 더 간절하게 기도할 수 있지 않을까?”     


 그때 깨달음을 얻었다. 지금도 기억하니까. 사람이 눈을 감으면 당연히 다른 자극보다 청각에 더 집중할 테고 기도하는 순간은 간절히 원하는 때이니까.        


 지금도 나는 질문이 많은 사람이다. 물론 상황에 맞춰서 하는 편이지만, 대학교 때도 몰래 교수님한테 가서 물어보기도 하고 이제는 스스로 생각할 때도 질문이 많은 편. 그런 내가 생각의 절대적 양과 속도가 다른 지금의 남편을 만나 또 한 번 성장할 기회를 얻었다. 가령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이 영화 보고 어떤 기분이 들었어?] 나, [이 영화에서 어떤 장면이 제일 좋았고 어떤 부분이 마음에 안 들었어?]라고 묻고 그다음은 [왜 그렇게 생각했어?]가 필수로 붙는다. 이걸 듣고 질릴 수도 있겠지만 내 남편은 이런 나를 만나고 생각하는 습관을 기르는 중. 이 질문들의 장단점이 그 두 개겠지만 역시나 내 주장은 같다.    

 

 질문은 사람을 더 다채롭고 풍요롭게 만든다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