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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인혁 Jan 06. 2020

Z세대의 8090년대 시간 사랑, 그리고 양준일

상상을 추억하다, 양준일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

X세대는 ‘그랬었지’, Z세대는 ‘그랬었겠지?’ : 상상을 회상하다


 <응답하라 1988>와 <응답하라 1994>는 시대상을 떠올리게 하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작품으로 tvN의 수작이 되었다. 이 드라마들은 당연히 당시에 대학생이었던 X세대들에게 가장 큰 울림을 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Z세대들도 X세대들과 함께 공감할 수 있었다. "나도 저 때 태어났으면, 저 시대를 살아봤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말을 하는 친구들이 많이 볼 수 있었다. 복고 유행도 받아들이고, 가끔은 아이돌 노래가 아닌 이문세의 노래를 듣는다. 우리는 그들의 시간을, 문화를 동경해왔다. 우리는 X세대의 레트로 문화를 뉴트로 문화로 재창조하기까지에 이른다. 이처럼 왜 Z세대들은 경험해 보지도 못했던 그들의 과거를 그리워하고, 부러워했을까?

 추억 속의 시간은 아름답다. 찰리 채플린의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말처럼, 아무리 힘들었고 좋지 않았던 경험일지라도 돌이켜 생각해보면 힘들었던 상황 속 작은 즐거움들만 남는다. X세대들은 과거를 다룬 영화 콘텐츠들을 접하며 자신의 ‘힘들었지만 좋았던 과거’를 회상한다.

 반면, Z세대는 상상을 회상한다. 추억은 이미 아름다운데 '상상 속의 추억'은 오죽하겠는가? 그래서 Z세대에게 X세대의 시간은 더 아름다워질 수밖에, 동경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미디어에서 다루는 8090년대는 X세대의 추억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힘든 점들보다는 당시의 분위기 속에서만 느낄 수 있는 판타지를 부각한다. 따라서 Z세대들은 좋은 부분을 중심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다. Z세대에게 'X세대의 시간'은 어쩌면 유토피아로 보기도 한다. Z세대는 태어나면서부터 경쟁 속에서 살아간다. 학교가 끝나면 학원으로, 대학교 졸업 후에는 사회에서, 무한경쟁 사회를 살왔고, 살고 있다. 한 명이라도 제쳐야 하는 바쁜 시간 속 우리에게 감성이 들어갈 자리는 없다. 하지만, 그들의 시간은 달랐다. 물론 경쟁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시간은 우리에게 정이 가득한 사람들, 따뜻한 동네로 묘사된다. 또, 태어날 때부터 인터넷 디지털에 빠져있지 않은, X세대만의 아날로그 감성도 우리에게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그 시간 속 사람이자 색다른 기성세대, 양준일



 2019년은 갈등의 해였다고 생각한다. 성별 갈등, 세대갈등, 정치적 갈등 등 성별/세대에 상관없이 살기에도 바쁜데 원치 않는 감정 소비까지 해야만 했다. 세대갈등은 고유명사가 될 정도로 오래된, 심각한 갈등 중 하나이다. Z세대에게 기성세대는 ‘틀딱’과 ‘꼰대’라는 말로 대표된다. 이러한 갈등 속, 양준일이 등장했다. 준일은 <투유 프로젝트 – 슈가맨 3>에 출연하여 50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젊은 감각으로 모든 세대의 눈을 사로잡았다.

 중장년층의 팬들뿐만 아니라 젊은 층의 팬들도 생겨나고 있다. 중장년층은 ‘그때 그 시간 속 가수’여서 팬이 당연히 생긴다고 한다면, 젊은 층의 팬은 왜 생기는 것일까? 단순히 멋있고, 그의 음악적 천재성 때문일까? 그럴 수도 있지만 그는 Z세대에게 ‘X세대의 시간’에 대한 판타지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사람이다. X세대의 시간에서 자란 사람이자 그 시간을 호출해낼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그는 부정적으로 묘사되는 기성세대들 가운데, Z세대와 어울릴 수 있는 젊고, 열린 감각을 지닌 사람으로 나온다. 이는 양준일뿐만 아니라 SNS에서도 가끔씩 화제가 되는, 머리카락이 새하얀 노인 모델이나 멋진 커리어우먼인 할머니들을 봐도 그렇다. 그들은 더 이상 꼰대와 틀딱이 아니며, 우리의 응원의 대상, 동경의 대상이 된다.
  양준일은 본인의 20대 시절에 자신의 독특함을 인정해주지 않았던 당시의 기성세대에게 억압받았던 기억이 있다. 어쩌면 양준일의 과거에서 Z세대는 '지금의 기성세대에게 억압받는 본인들의 모습'을 발견했을 수도 있다. 그와 자신을 동일시하며 양준일을 응원하고 위로함으로써 자신을 위로하기도 한다. 지금 당장 남들이 인정해주지 않아도, 그 모습을 잃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가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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