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장치보다 사회적 긴장을 완화시킬 수 있는 지점을 고민할 때
9월 10일은 세계 자살 예방의 날입니다. 시대가 흘러갈수록, 경기침체가 깊어질수록 각종 폭력과 더불어 삶을 포기하는 자살 문제가 더 심화되고 있습니다. 학생은 물론 일반인들의 잇따른 자살에 정부 당국은 물론 많은 시민사회 구성원들이 지혜를 모아 위기를 헤쳐나가고자 하고 있지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님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는 방법들은 직간접 가해자에 대한 형사적 조치 및 감시체계의 강화입니다. 문제를 근절하기 위한 관심과 애정에서 시작되는 의지라는 점에서 그 노력에 박수를 보냅니다.다만, 우려되는 점은 지금 벌어지고 있는 사안들의 대처에 있어 '안전 장치'가 오히려 독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입니다. 짐바르도 박사의 스탠포드 감옥실험이나 밀그램의 복종 실험에서 보듯이 제도나 시스템에게 책임과 권위를 맡기게 될 경우 자칫 문제를 거기다 두고 나올 뿐, 해결책은 커녕 사안을 이해하는 것이 더 어려워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림출처: http://blog.kpaonline.com/tag/healthy-workplace
예일 대학의 Normal Accident Theory (NAT) 로 유명한 조직전문가 찰스 페로우(Charles Perrow)는 "고도로 복잡하고 긴밀하게 연결된 시스템 속에서 사고는 일상적으로 일어나며 이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안전장치를 더 많이 설치할수록 끔찍한 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더 커진다. 시스템이 과도하게 복잡하지 않은 경우에는 일회성 고장이나 갑작스러운 사건이 발생하지 않게 안전조치를 취할 수 있다. 하지만 시스템이 고도로 상호연결된 상태가 되면 복합적인 고장이 일어났을 때 사고나 - 몇몇 경우에는 - 재앙을 피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과잉연결시대에서 인용) 라고 주장했습니다. 프린스턴대학 이론물리학자 Eugene Wigner도 그의 논문에서 시스템의 규모가 확대되고 상호연결성이 강화될수록 불안정 상태가 발생할 확률은 커짐을 수학적으로 증명했습니다.
이 말의 요지는 안전장치를 이중삼중으로 강화하면 할수록 시스템의 복잡도가 커지고 상호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경미한 사건이더라도 연쇄작용이 발생할 경우 그 원인이 무엇인지 가려내기가 쉽지가 않아 그릇된 대처를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굉장히 심각한 사안임에도 곳곳에서 터져나오는 경고 소리에 정신을 못 차린 나머지 내 앞에 터진 둑의 구멍을 막느라 더 큰 문제의 쓰나미를 보지 못하는 실수를 범한다는 것입니다.
폭력과 자살 문제는 단순히 가해자 개인의 문제도, 관련 당국의 무책임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가정 교육만의 문제라고 볼 수도 없습니다. 만약 그런 것이었다면 애초에 이렇게 정신없이 여기저기 경고등이 켜지는 상황도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보다는 교육과 사회를 지탱하는 시스템 전반이 근원적 이유라고 보는게 합당할 것입니다. 교육 제도 하나를 바꾸는 것만으로는 절대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중요한 점은 우리 사회는 그 규모나 복잡성이 일정 수준을 넘어섰다는 것입니다. 안전 장치를 강화하는 것은 오히려 끓어넘치는 증기는 가두려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 오히려 물을 담고 있는 용기를 식힐 수 있는 외부적/전체적 요인을 더 고민해 보는 것에 집중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이것은 어느 몇명이 고민해서 될 문제도 아니고 생각만 해서도 될 문제가 아닙니다. 정작 시스템은 과잉연결의 환경으로 변하고 있지만 개인은 오히려 이 시스템 속에서 서로 단절되고 분리되고 있는 것이 문제이죠.
UNDP 자료를 바탕으로 시각과 도구 갭마인더로 인간개발지수 대비 자살율을 조사해 보면 이런 점을 여실히 볼 수 있습니다. 교육 수준과 삶의 가치에 대한 추구는 높아지는데 반해서 한국은 인접 국가와 달리 자살율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IT인프라도, 각종 사회적 제반 시스템도 더 고도화되고 있음에도 정작 사람들은 자신의 삶의 의미를 잃어버리고 있음은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요?
안전장치를 고민하는 것 보다 사회적 긴장을 완화시킬 수 있는 국가적 차원에서 우리가 관심을 모으고 서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장을 더 만들어야 합니다 저도 계속 고민하며 여러분과 의견을 나누겠습니다. 여러분들도 팔을 걷고 함께 나서주세요. 이것은 바로 나 자신의 미래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