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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현 Mar 01. 2022

세대 포위론과 현대사 전쟁

20대 대선을 말하다

 20대 대선이 열흘도 채 안 남은 시점에서, 양당 후보의 지지율이 초접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한 무수한 분석과 평가들이 뒤틀리지만 현상을 이해하는 두 가지 틀을 제시하고 싶다. 우선 첫 번째 틀은 기득권에 대한 상이한 이해, 그리고 두 번째 틀은 세대 포위론이다.


 먼저 기득권에 대한 상이한 이해란 이렇다. 현 정부와 집권당을 기득권으로 상정하여 이들을 개혁에 실패하고 실정을 초래했으며 ‘내로남불’ 행태까지 보인 집단으로 바라보는 한 축이 있다. 반면 윤석열을 위시한 검찰 집단과 언론 집단 그리고 그들과 궤를 같이 하는 대표 야당을 기득권으로 상정하여 이들을 개혁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또 다른 한 축이 존재한다.


 임기 말을 향해 가는 대통령의 지지율이 45%에 다다름에 따라 정권 교체론과 정권 재창출 여론은 전례 없는 박빙 상태를 보이고 있다. 물론 정권 교체론이 지표상으로 우세한 점은 사실이나, 40%를 겉도는 정권 재창출 여론에 비해 최근 45%를 넘어 50%를 육박하는 대통령 지지율을 고려할 때 ‘샤이’ 표심이 존재함을 조심스레 예측할 수 있다. 그렇다면 관건은 이 표심이 여당 후보에게 갈 것인지 혹은 사표로 사라질 것인지이다.


엇갈린 표심

 앞서 말한 ‘샤이’ 표심은, 현 대통령을 지지하지만 현 정권에 대한 비판 여론으로 인하여 정권 재창출을 힘 있게 주장하지 못하는 이들이 한 축으로 존재한다. 다른 한 축은 대통령을 지지하지만 여당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경우다. 이 경우 샤이 표심이라기보다는 ‘엇갈린 표심’라고 이해하는 편이 쉽겠다.


 이재명 후보는 과거 19대 민주당 경선 당시 문재인 후보에 대한 과한 비판을 가함으로 인해 문재인 후보의 지지층에게 큰 비호감을 샀다. 이때 이 후보가 산 비호감이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을 모두 흡수하지 못하는 한 가지 이유라고 볼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여권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빚어진 앙금이 격화된 점도 한몫을 한다.


 심지어 대통령을 지지하면서 야당 후보를 지지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이 대선 결과의 향방을 가를 수 있는 유의미한 수치를 지녔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1~2%, 그러니까 50만 표 정도의 차이로 대통령이 결정될 것으로 보이는 현재 선거 양상에서는 이 후보에게 뼈아픈 지점일 수 있겠다.


 그렇다면 여당 후보가 대통령의 지지율을 모두 흡수하지 못하는 것이 온전히 여당 후보의 과거 실책 때문일까. 아닐 것이다. 이는 기득권에 대한 상이한 이해에 기인한다. 대통령을 지지하지만 여당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엇갈린 표심은, 결국 집권당을 개혁되어야 할 기득권으로 상정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에 대한 반사 이익은 대통령의 신임 하에 서울 지검장과 검찰 총장까지 역임한 윤석열 후보가 얻게 된다.


기득권에 대한 상이한 이해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이 후보가 여권 내에서 반등의 기회를 얻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중도 표심이다. 주지하듯이 정권 교체론은 높다. 그러나 야권 후보의 단일화가 결렬되면서 ‘어떤 정권으로 교체할 것인지’에 대한 물음이 유권자의 뇌리에 스쳐 지나가게 된다.


 윤 후보는 검찰 출신으로 검찰 개혁에 반대하며 청와대와 대립 구도를 형성했다. 특히 검찰 개혁의 선봉에 나선 두 법무부 장관과 직접 대립하며 몸집을 키웠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 의해 탄핵이 의결되며 정치적 명분이 형성되었다. 이 과정에서 지지부진한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피로도가 커지게 되었으며 ‘검찰총장 출신’ 윤석열의 정치 데뷔 무대가 마련된다. 비슷한 시기 최재형 감사원장의 사표가 이어지며 정부 관료들의 일탈이 정당성을 얻게 된 점도 그의 성공적인 데뷔에 한몫했다.


 이때까지는 정부 여당이 개혁되어야 할 기득권으로 여겨지며 정치선언을 마친 윤석열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이뤘다. 부동산 실정에 대한 가라앉지 않는 국민들의 분노와 내로남불론에 보궐 선거까지 무참히 패하며 여당에는 패색이 짙게 된다. 심지어 이재명 후보가 여권 단일 후보로 뽑힐 것이 유력한 시점에서 ‘대장동 게이트’가 터지고 표심이 흩어지며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그러나 정치선언을 마친 윤 후보의 참담한 현실 인식과 실언, 본부장 리스크 및 무속과 신천지와의 연관성 등이 반복적으로 노출되며 국면이 뒤바뀌게 된다. 이후 양 후보에 대한 비토 세력이 커지자, 언론은 이번 대선을 ‘역대급 비호감 선거’로 부르기 시작한다.

‘세대 포위론’은 실재하는가

 결국 거대 양당이 배출한 후보에 대한 비호감은 국민들이 개혁되어야 할 기득권을 다르게 상정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제 어떻게가 아닌 ‘누가’그렇게 인식하는가가 중요해진다.


 쏟아지는 여론 조사의 추이를 살펴보면 윤 후보는 20대와 60대 이상의 유권자에서 강세를, 이 후보는 40대와 50대 유권자에서 강세를 보인다. 이에 따라 20대와 60대 이상의 유권자들의 지지를 공고히 하여 40대와 50대 유권자들의 지지세를 압도한다는 것이 세대 포위론의 골자이다. 이는 지역주의 구도로 진행되었던 선거 역사의 틀을 깨고자 이준석 당 대표가 언급한 선거 전략의 일환이다. 지난 보궐선거에서 세대 포위론과 비슷한 양상으로 야당 후보들이 여당 후보를 누르며 압승함으로써 어느 정도 실효성이 증명된 바 있다.


 그러나 대선은 큰 선거이다. 지역주의 구도나 세대 간의 전쟁 이외에도 다양한 변수들이 존재한다. 유권자의 수가 많이 몰리는 서울과 경기권에서의 표심이 향방을 가를 것으로 보이나, 이를 지역 구도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명분은 적다. 특히 2030 세대가 양 후보 모두에게 캐스팅 보터로 작용함으로써 젊은 층에 대한 이해가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이는 노년층과 젊은 층의 표심이 극명히 갈렸던 18대 대선과도 확연히 다른 양상이다.


 유시민 작가는 당시의 선거구도에 대해, ‘고령 유권자들은 박근혜 후보에 표를 줌으로써 자신의 삶과 시대를 인정받고자 했으며, 젊은이들은 문화적으로 더 친밀했던 문재인 후보에게 압도적으로 표를 몰아줬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투표 경향은 한국 현대사를 대하는 ‘감정’의 차이에 기인했고 이후 치러진 19대 대선과 2020년 총선도 흐름을 같이 한다. 노년층은 참혹한 전쟁과 절대적 빈곤의 고통을 이겨낸 나라가, 자신의 손을 거쳐 여기까지 왔음을 투표를 통해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이에 비해 젊은 층에게 한국의 산업화 역사는 과거의 영광이며 이에 대한 어떠한 인정 욕구도 없다. 오히려 군사독재와 산업화로 이어지는 역사의 공과 과를 차분히 도려내고 보다 실질적인 가치에 투표할 뿐이었다.


 그렇다면 20대 대선은 어떠한가. 한국 현대사를 대하는 감정의 차이에 기인해 세대 전쟁이 발발할 확률은 현저히 낮다. 우선 젊은 층과 노년층의 표가 대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대론과 같은 감정싸움보다는 이성적 판단과 합리적 손익계산이 트리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명실상부 실용주의 선거가 될 전망이다.


 그뿐만 아니라 젊은 층 사이에서도 층위가 나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10년 전 문재인 후보에게 표를 주었던 청년들은 이제 30대가 되었다. 한국 현대사를 두고 노년층과 다투었으며 촛불시위를 이끌었던 청년들은 흔히 말하는 ‘이대남’의 바로 윗세대이다. 이들은 이대남과 같은 듯 다르다.


 우선 이대남들은 학창 시절 대부분을 보수 정권 하에서 보냈고,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보다 대통령 문재인이 더 익숙하다. 반면 30대 유권자들은 노무현의 친구였던 문재인을 대통령으로서 평가해야 하는 반환점에 도달한 것이다. 전날의 향수는 이제 쓰임을 다했다. 오히려 세상을 뒤바꿀 듯이 떠들썩했던 촛불 정부가 청년들에게 충분한 기회를 부여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는 점에서 둘은 비슷한 사고 회로를 띤다.


 결국 지난 10년 동안 선거를 이끌었던 현대사 전쟁은 막을 내렸으며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세대 포위론은 허상이다. 특정 세대를 포위하고자 한다면 세대 간의 전쟁을 일으키는 기제가 있어야 하는데, 현대사 전쟁은 더 이상 다툼의 요소가 아니며 유권자들의 실용적인 판단이 상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남녀 차별이나 멸공 등의 이념 혐오로 세대를 결집시키기에는, 건강한 담론이 아닐뿐더러 실효성과 지속성이 떨어진다. 따라서 향후 대선의 향방을 가릴 요소는 유권자들에게 실용적인 공약들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느냐이다. 네거티브 전쟁으로 가져올 수 있는 표는 다 움직였다.


 최근에는 이재명 후보가 안철수, 심상정 후보를 끌어들여 제안한 통합 정부론으로 이슈를 선점한 것으로 보인다. 거대 양당의 독주체제에 경종을 울릴 정치 교체 슬로건에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화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어쨌든 문제는 양당 후보가 당락을 결정지을 1~2%의 유권자들을 끝까지 설득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공표 금지일 직전까지 요동치는 여론조사가 이를 뒷받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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