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올빼미였다. 넷플릭스 시리즈를 보다가 새벽 3-4시에 자고 7시에 허겁지겁 일어나 출근하는 일은 다반사였다. 알고리즘의 물결을 타고, 몇 시간씩 영상을 보는 일도 허다했다. 죄책감이 전혀 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그렇지만 일과 육아로 수고한 나에게 허락하는 시간의 낭비를 나는 좋아했다.
군무원 합격 이후 내 삶의 목표는 적당히 일하고 최대한 노는 인생이었다. 욕망자체가 없는 듯이 산 공시족 3년의 세월을 보상하는 건 노는 일밖에 없다고 믿었다. 나태와 게으름을 누리고 싶었다. 그래서 안팎으로 내가 해야 할 일 딱 그만큼만을 해냈다. 더욱이 아이를 낳고 키울 땐 그것만으로도 벅찼다. 내 능력치 이상을 요구하는 사람도 없었고, 나도 그저 흘러가는 대로 사는 게 좋았다.
그렇게 보낸 시간들을 후회하지는 않는다.(후회해도 별 수 없다.) 인생의 매 순간을 생산적으로, 타이트하게 살아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제는 때가 온 듯했다.
똑똑, 이제 정신 좀 차려볼까?
너 지금처럼 계속 살아도 괜찮겠어?
여기가 아닌 다른 곳에서의 삶을 꿈꾼다면, 일상부터 바꿔야 할 것 같았다. 23년 한 해 동안 자기계발서만 17권을 읽었다. 잠깐, 자기계발서? 그거 뭐 다 뻔히 아는 얘기인데 읽는다고 뭐가 달라져? 그럴 사람도 있을 거다. 내가 그런 사람이었다.
당연히 읽기만 해선 달라지는 게 없었다. 아는 것과 살아내는 것은 완전 다른 얘기다. 아는 대로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되나. 실상 몰라서 못하는 건 없었다. 여러 자기계발서를 읽으며 깨달은 것도 결국 '실행이 답'이라는 거였다. 실패하더라도 일단 시작하는 거다. 달라지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에게 자기계발서는 할 수 있다고 힘을 주는 응원단 역할을 해주었다.
나는 미라클모닝부터 시작했다. 새벽 6시, 빠르게는 5시에 일어나 그 시간에 책을 읽고 기록했다. 올빼미가 새벽에 일어나는 것이 하루아침에 되진 않았다. 일어나서 멍 때리고, 졸고, 이럴 바엔 그냥 자는 게 낫겠다 싶은 날들도 있었다. 그래서 그냥 자버린 날도 있었지만, 일단 일어나서 10분, 20분이라도 책을 읽고 끄적인 날이면 하루를 시작하는 기분이 달랐다. 내 하루를 허겁지겁 시작하지 않는 것 하나가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은 생각보다 컸다.
혼자가 힘에 부칠 때쯤 새벽모임에 들어갔다. 새벽을 깨워 부지런히 자기의 삶을 가꾸는 사람들을 만난 건 행운이었다. 한 시간 동안 각자 할 일을 하고, 마지막엔 감사를 나누었다. 우울과 분노, 시기와 질투, 온갖 부정적인 감정들이 고개를 들기 전에 감사로 갑옷을 입는 기분이었다. 나는 밤보다 새벽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어갔다.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지만, 나는 천천히 배우게 되었다. 나와의 작은 약속을 잘 지킬수록 자신감은 커지고, 나를 더 믿어주게 된다는 것. 오늘 하루에 충실할 때 삶에 만족감이 커진다는 것. 지금 여기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걸 시작하면 된다는 것을 말이다.
벽돌 하나를 쌓는 마음으로 오늘도 새벽을 깨웠다.
이 시간들이 모이고 쌓여 나를 어딘가로 데려다주는 상상을 하면 행복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