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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닙 Sep 20. 2022

나는 내 일만 잘하면 될까?

방송국의 OAP 디자이너가 하는 일

    

OAP 디자이너는 온에어 프로모션에 관련한 영상 디자인 업무만 담당하게 될까? 당연히 그럴 리 없다.


방송국 내부에는 생각보다 사무실 책상 앞에 고정적으로 앉아있는 직무를 가진 직원이 없으며 디자이너는 뭐든 그럴듯하고 예쁘게 만드는 사람으로 보이기 마련이라 생각보다 다양한 업무 의뢰가 수시로 들어온다.

중계차나 버스에 랩핑 할 이미지를 제작하거나 제작발표회 때 프로그램 출연진이 사진을 찍을 때 배경이 되는 대형 배경 이미지를 제작하기도 한다. 대회 중계하는 날 현장에 걸어야 하는 현수막도 제작한다.

프로그램 홍보용 굿즈 제작을 위해 머그컵을 만들어야 한다면, 제품 시안 작업 또한 OAP 디자이너의 몫으로 주어진다. 엄연히 따지면 주된 업무 범주에서 벗어난 일들이지만 이러한 일은 따로 담당자가 없는 업무인 까닭에 의뢰하는 사람의 판단에 따라 디자이너가 해결 가능한 일인 경우 갑자기 의뢰받게 된다.

이 외에도 CG 그래픽 디자인 업무가 아슬아슬한 업무 영역의 선을 넘어 OAP 디자인 담당자에게 들이닥치기도 한다.


종편이라는 단어가 있다. 이는 종합편집의 줄임말로 말 그대로 영상 컷 편집부터 시작해 완성도 높게 프로그램 한 편을 완성하는 모든 과정을 포함한다. 이러한 작업을 하는 타 팀을 소통 편의상 ‘종편실’ 혹은 ‘CG팀’, ‘종편 감독’이라고 부른다.


한 신규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 CG팀에서는 OAP팀이 제작하고 공유한 로고 디자인을 사용하고 프로그램 디자인 가이드를 참고하여 폰트 종류와 크기를 제한하고, 일정한 여백과 정확한 컬러 값을 이용해 편집본에 불과한 영상을 비로소 한 편의 프로그램으로 완성하는 일을 담당한다.


방송국 내부에서 CG 그래픽 업무와  OAP 디자인 업무의 차이를 명확히 이해하는 사람은 각 파트의 담당자들, 당사자인 자신뿐이다.


 CG팀은 밋밋한 편집본 위에 자막 디자인을 얹고 적재적소에 등장하는 센스 만점의 CG 그래픽을 제작한다. 예능은 긴박한 상황 발생이 드문 편이지만, 스포츠 중계의 경우 시급한 CG 그래픽 제작이 요구되는 상황이 꽤 자주 발생한다. 스포츠 중계 및 프로그램에서 사용되는 CG는 다양한데 축구 경기를 예시로 몇 가지를 들자면 축구 선수가 발로 뻥 찬 축구공의 궤적 화살표 그래픽으로 따라가기, 골 인할 때 골대를 돋보기처럼 확대하기, 대진표 만들기 등이 있다.

CG팀에 급히 업무 의뢰를 해도 우선순위가 밀려 마음이 촉박해진 제작 PD는 같은 의뢰서를 들고 사무실에 앉아있는 OAP 디자이너를 찾아온다.

“이거 저희 업무 아닌데요.”라고 항변해봤자 상황이 급하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소화할 수 있는 업무가 맞긴 하다. 적합한 담당자, 전문 분야가 아닐 뿐이다.


기타 업무는 범위가 매우 다양한데, 채용공고 페이지 제작 업무나 명절 선물세트에 들어갈 인사 엽서 제작, 사내 이벤트 페이지 삽입용 이미지, 인쇄물 제작 시 필요한 페이지 제작 등 타 팀의 사무 업무에 필요한 각종 잡다한 일이다.

상사가 사무실 벽면에 붙이고 싶은 명언 구절을 텍스트로 전달받은 뒤 디자인 품을 들여 제작하고 인쇄해본 일화도 있다.


SNS 프로모션 콘텐츠의 중요도가 부쩍 높아진 최근에는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에 쓰일 페이지를 제작하는 업무도 다수 들어온다. 해당 업무의 담당자를 채용하지 않았거나 필요한 인력의 충원이 결여된 이유가 크다. 주로 하는 업무 외의 일이므로 이러한 기타 업무는 틈틈이 소화하게 되는데 스케줄이 꼬일 정도의 중요도가 큰 업무는 아니지만 시간 분배는 주된 업무와 동시에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마감 기한과 중요도에 따라 요령껏 업무량과 기간을 조절해야 한다.


OAP 업무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들어온 의뢰를 처리하고 말고는 각 방송사의 내부 분위기와 해당 업무 진행이 가능한 직원의 여부 등의 환경과 조건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상암동 방송 개미는 결국 보통의 직장인이라는 것이다.

본인의 스케줄 여력에 따라 기타 업무의 진행 여부를 판단하는 상황이 옳지만 안타깝게도 나의 경우, 보통은 진행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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