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 and restart
벌써 12월 중순이라고?
밖엘 나가지 않으니 연말의 분위기가 잘 느껴지지 않는다. 사실 나간다 해도, 똑같을 것이다. 작년의 오늘과는 달리 올해의 거리는 훨씬 한산하고 불 꺼진 가게들로 가득하기에.
일부러 집에 조명을 달아보았다. 집에만 있는 시간이 늘어나 이번 겨울은 춥긴 춥나 싶어, 창문을 열고 겨울의 찬 공기를 쐬기도 했다. 이제 곧 크리스마스니 집 안 가득 캐럴을 틀어놓기도 했다. 연말을 느끼고 싶어서 연말 느낌 물씬 나는 것들로 집을 채워보지만, 여전히 허전하다. 그래. 복작복작 사람들이 빠졌다.
2020년은 코로나로 시작해 코로나로 끝나고 있다. 그렇게 코로나로 인해 우리의 모든 시작이 멈췄다. 그리고 개중 운 좋게 시작했더라도 순탄하지 않고, 불안하게 외줄 위 간당간당 서있다.
조금 잠잠해지나 싶더니, 갑자기 다시 불어난 확진자 수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됐다.
큰 맘먹고 시작한 나의 출발들이 강제적으로 멈췄다. 허탈함이 밀려왔다. 내가 어떻게 시작한 것들인데. 그럼 난 이제 뭘 하지? 그리고 언제 다시 시작할 수 있지? 우울해졌다. 좀 나아졌다 했던 코로나 블루가 재발했구나, 확신했다.
하지만 문득 내 시작만 그런 게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우리 모두의, 시작이, 멈췄다. 우리 모두가 흔들리고 있다. 그렇게 위로를 받았다. 아이러니하지만, 상대의 고통을 보며. 서로의 고통을 보며 위로를 받고 있다.
올해 모든 시험은 취소되고 연기되고 또 연기되고의 반복이었다. 매해 11월에 이루어졌던 수능시험도 올해만큼은 얼마 전 12월에 치러졌다. 시험이 진행되면 그나마 다행이지, 계속된 연기로 많은 사람들의 계획이 뒤틀렸다. 기약 없이 길어지는 수험생활은 사람을 지치게 한다. 목표 날짜를 조준하며 끌어가던 긴장의 끈이 풀어지는 건 당연지사, 늘어난 시간만큼 불안함이 그 속을 채운다.
저마다 다른 상황으로 힘들어하고 있지만, 이유는 하나다. 우리의 시작이 흔들리고 있고, 그러다 멈췄다.
시작은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거라고 자기 위안을 해본다. 눈을 질끈 감았다 떠본다. 뻔한 말이지만 지금 필요한 건 나부터 모임과 외출을 자제하고, 어디서든 마스크를 꼭 쓰고, 방역수칙을 잘 지키는 것이다.
그래야 나의, 우리의 재-시작이 빨라질 수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