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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볼리 Dec 10. 2020

시작이 멈췄다.

start and restart

벌써 12월 중순이라고?


밖엘 나가지 않으니 연말의 분위기가 잘 느껴지지 않는다. 사실 나간다 해도, 똑같을 것이다. 작년의 오늘과는 달리 올해의 거리는 훨씬 한산하고 불 꺼진 가게들로 가득하기에.


일부러 집에 조명을 달아보았다. 집에만 있는 시간이 늘어나 이번 겨울은 춥긴 춥나 싶어, 창문을 열고 겨울의 찬 공기를 쐬기도 했다. 이제 곧 크리스마스니 집 안 가득 캐럴을 틀어놓기도 했다. 연말을 느끼고 싶어서 연말 느낌 물씬 나는 것들로 집을 채워보지만, 여전히 허전하다. 그래. 복작복작 사람들이 빠졌다.


There was a time, Richard Savoie, Oil on canvas, 2015


2020년은 코로나로 시작해 코로나로 끝나고 있다. 그렇게 코로나로 인해 우리의 모든 시작이 멈췄다. 그리고 개중 운 좋게 시작했더라도 순탄하지 않고, 불안하게 외줄 위 간당간당 서있다.


조금 잠잠해지나 싶더니, 갑자기 다시 불어난 확진자 수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됐다.


큰 맘먹고 시작한 나의 출발들이 강제적으로 멈췄다. 허탈함이 밀려왔다. 내가 어떻게 시작한 것들인데. 그럼 난 이제 뭘 하지? 그리고 언제 다시 시작할 수 있지? 우울해졌다. 좀 나아졌다 했던 코로나 블루가 재발했구나, 확신했다.


하지만 문득 내 시작만 그런 게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우리 모두의, 시작이, 멈췄다. 우리 모두가 흔들리고 있다. 그렇게 위로를 받았다. 아이러니하지만, 상대의 고통을 보며. 서로의 고통을 보며 위로를 받고 있다.


올해 모든 시험은 취소되고 연기되고 또 연기되고의 반복이었다. 매해 11월에 이루어졌던 수능시험도 올해만큼은 얼마 전 12월에 치러졌다. 시험이 진행되면 그나마 다행이지, 계속된 연기로 많은 사람들의 계획이 뒤틀렸다. 기약 없이 길어지는 수험생활은 사람을 지치게 한다. 목표 날짜를 조준하며 끌어가던 긴장의 끈이 풀어지는 건 당연지사, 늘어난 시간만큼 불안함이 그 속을 채운다.


저마다 다른 상황으로 힘들어하고 있지만, 이유는 하나다. 우리의 시작이 흔들리고 있고, 그러다 멈췄다.


시작은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거라고 자기 위안을 해본다. 눈을 질끈 감았다 떠본다. 뻔한 말이지만 지금 필요한 건 나부터 모임과 외출을 자제하고, 어디서든 마스크를 꼭 쓰고, 방역수칙을 잘 지키는 것이다.


그래야 나의, 우리의 재-시작이 빨라질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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