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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볼리 Dec 11. 2020

시대의 취향을 읽는 법

누구나 트렌디한 사람이 될 수 있다.

시대의 취향을 읽는 법.


제목을 거창하게 썼지만, 처음부터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모른다. 그래서 쓰는 글이다.


요즘 한창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면서 나의 예술혼을 불태우고 있는 중이다. 다행이다. 나의 소소한 작품(?)들을 무료로! 모든 사람에게! 전시할 수 있는 플랫폼들이 많아서 말이다.


그렇게 하루하루 끄적거리다 보니, 그림이 조금 쌓였다. 나만의 이미지 파일로만 갖고 있기 아쉬웠다. 컴퓨터 속에 갇혀 있는 이 아이들이 빛을 보게 해주고 싶었다. 어떻게?


이제껏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만이 문구류를 만들어내는 줄 알았다. 그리고 그래야만 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요즘 시대에는 누구나, 마음만 있으면, 본인의 디자인으로 뭐든 뽑을 수 있다.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건, 어떤 디자인이든 상관없다는 것이다. 좋은 세상이다. (하지만 더 이상 '방법이 없었어요.'라고 핑계 댈 수 없다는 단점도 있다.)


그래서 나도 내 그림들로 엽서를 만들어봤다. 오, 생각보다 괜찮은데? 오랜만에 펜을 들고 내가 만든 엽서에 편지를 썼다. 나의 비루한 실력이 들통나는 것만 같아 고민했지만, 쓸데없는 고민임이 틀림없기에, 그냥 당당하게 내가 만든 엽서라고 밝히며 지인들에게 편지를 보냈다. 


시작은 주변 사람부터

생각지도 못한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내가 만든 엽서에 편지를 받은 사람들이 하나둘씩 추가 주문을 하는 게 아닌가. 누군가의 지갑을 열게 하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다. 그것이 응원이 됐건, 동정이 됐건 간에, 나는 그 지갑을 열게 했다. 그 어려운 걸 해냈다. 


기대하면 실망하게 돼서 웬만하면 기대를 안 하려고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찬찬히 입소문이 나길 조심스럽게 기대해 본다. 궁극적인 목표는 내가 만든 엽서로 사랑하는 마음을 전달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거다.


첫 주문받은 날.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행복감을 느꼈다. 서투르게 포장을 하는데, 이상하게 실실 웃음이 나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포장? 어차피 뜯어 버리는데, 다 쓸데없지.'라며 무시했다. 하지만 내가 직접 포장을 하면서 깨달았다.


포장하는 시간은 온전히 선물 받을 사람으로 마음 가득 채우고 있는 시간이라는 것.


포장은 모두 쓸데없는 거라고 여겼던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포장 또한 애정의 표현이다.


나의 첫 엽서를 소개합니다.

내가 만든 엽서를 혹여나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아 올려본다.


Design by inicio


내가 고르고 고른 스페인어 문구다.


Lugares, donde la felicidad sería una obligación
행복할 수밖에 없는 곳들


어떤 그림인지 알겠나요?


나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 오로라. 언젠가는 꼭! 직접 보고 싶은 오로라를 그려봤다. 그림으로나마 버킷리스트를 이뤘다. 실제로 보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 같다. 그래서 문구도, 행복할 수밖에 없는 곳이다. 오로라를 보고 있으면 행복으로 가득 찰 수밖에 없을 것 같아서. 그렇게 내 여행욕구가 담긴 엽서다.


이 디자인 말고도 다양한 디자인으로 엽서를 만들었다. 그런데 굳이 이 오로라 엽서를 처음으로 공개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그리고 그건 이 포스팅을 작성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나의 트렌디함, 너의 트렌디함

사실 오로라 엽서는 내 맘에 그다지 들지 않았다. 서툰 붓질과 어설픈 색상 조합이 내 눈에 너무 보이기도 했고, 다른 그림에 비해 큰 고민 없이 그리기도 했다. 그래서 딱 5장만 뽑았다. 이후 그리게 된 디자인으론 더 많은 수의 엽서를 뽑았다. 내가 보기에 더 완성도가 있었고, 더 예뻐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게 웬걸. 엽서를 추가로 주문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저 오로라 엽서를 꼭 넣었다. 제일 맘에 든다면서. 응??



여기서 나는 두 가지를 느꼈다.


첫 번째. 너무 고민하지 말고, 내가 원하는 대로 그냥 해봐야겠다.


생각 없이 그린 그림이 제일 사랑받다니.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며 그린 그림은 그리면서 마음이 복잡해지는 만큼, 그림 또한 복잡해진 건 아닌가. 그게 티가 났나 싶었다. 그림도, 글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표현해야지.


두 번째. 트렌드를 읽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나 스스로 트렌디해지는 게 더 좋겠다.


트렌드(trend): 현재 소비자들이 원하고 마음을 주고 있는 스타일이나 라이프스타일에 영향을 주는 어떠한 현상.


나의 취향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취향을 아는 것도 중요하다. 내 눈에는 아무리 예뻐 보여도, 사람들이 찾지 않으면 고민해봐야 한다. 왜 찾지 않을까? 찾지 않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트렌디함 속에서 나만의 트렌디함을 만들어야 한다. 말은 쉽지만 아주 어려운 일.


많은 대중이 아니더라도, 내 주변부터. 그렇게 시작해 조금씩 소비자층을 늘려나가면 그것 또한 트렌드가 아닐까 싶다. 트렌드가 뭐 별거 있나. 나랑 취향이 맞는 사람들이 있으면 그걸로 트렌드가 시작인 거지.


제목처럼 시대의 취향을 읽는다면, 당장에라도 돈방석에 앉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내 취향을 먼저 읽고, 나와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자그마한 트렌드를 만들어가고 싶다. 이렇게 누구나 트렌디한 사람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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