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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니피아 Jan 26. 2023

10 주어티로 얻은 행복



한국에서도 로컬푸드마켓에 가면 종종 꽃을 사곤 했다. 꽃집보다 저렴한 가격인 5천 원~7천 원이면 식탁 한가운데 예쁘게 꽂아놓고 며칠간 근사한 꽃구경을 실컷 하곤 했다. 


폴란드에 와서 처음 꽃을 사봤다. 

자주 가는 마트인 까르푸에서 장을 보다 웬일인지 꽃에 눈이 갔다. 

10 주어티면 한국돈으로 약 3천 원 정도.. 3천 원에 튤립 한 단을 사서 집에 왔다. 

사놓고는 한 번도 사용을 못하던 꽃병에 물을 적당히 담아 꽃을 꽂는다. 

이럴 수가...

우리 세 식구는 꽃이 뿜어내는 고상하고 단아한 자태에 넋을 놓고 한참을 바라봤다. 

어디 한 군데 못난 곳 없이 아름답다. 

발갛게 수줍은 듯이 그라데이션으로 물든 핑크빛 꽃잎이며 연둣빛으로 고고하게 뻗어있는 줄기도 고상하고 아름답다. 

화사한 색감을 보고 있자니 어느 한 결혼식 피로연장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는 상상도 되고 

요가원에 사다 놨던 빨간 튤립도 생각이 난다. 꽃 한 다발에 지나가는 이들이 좋아하고 기뻐하던 추억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 기억은 그곳의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으로 이어지고 서로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있음에 감사하고 사랑받고 있음에 겸손해진다. 

하루하루 꽃봉오리가 피어나는 모습을 감상하는 것도 즐겁다. 

언젠가 져버릴 꽃을 예상하며 아쉬워하기보다 바로 지금 이곳에서 한창 아름다움을 발산하고 있는 꽃을 바라보길... 

10 주어티로 나는 며칠간 행복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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