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주 여행 (7)
캠핑카 예약은 -
서호주 여행을 위한 캠핑카 예약은 http://www.motorhomerepublic.com/에서 했다. 퍼스 공항에서 5분 정도 떨어진 곳에 사무소가 있는데, 친절하고 괜찮았다. 렌트할 때 캠핑카 사용방법을 잘 설명해주는데, 그 안에 내부 장비(?)들에 대한 사용방법도 알려주기 때문에 귀를 쫑긋 세워야 했다.
캠핑카 크기는 -
완전 오지로 가지 않는 이상, 화장실이 딸린 큰 캠핑카보다는 우리가 빌렸던 캠핑카(18feet)가 적절했던 것 같다. 우리 캠핑카에는 침대, 부엌(싱크대, 냉장고, 전자레인지), 식탁이 갖춰져 있었다. 캠핑장이 잘 되어 있어서 싱크대는 딱히 쓸 일도 없었지만, 쓰려면 물과 가스를 채워넣어야 했고 캠핑장에 도착하면 사용한 물을 버리는 일을 해야했는데, 사실 그마저도 귀찮아서 우리는 잘 쓰지 않았다. (+ 화장실은 더 귀찮았을 것 같다.) 그리고, 그 정도 크기의 큰 차를 운전해보는 것도 처음이었는데 무겁기도 했고, 호주는 워낙 바람도 세서 차가 영향을 많이 받기도 했다. 더 큰 캠핑카였다면 이두삼두 좀 생겼겠는데-싶었다.
캠핑용품은 -
앵간한건 캠핑카와 캠핑장에 다 있어서, 딱히 별도로 챙길 건 없었다. 휴지나 세제 같은 건 캠핑장에 잘 갖춰져 있었다. (+ 캠핑카를 렌트할 때 옵션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우리는 야외에서 펼칠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 그리고 캠핑카에 연결해서 쓰는 그늘막을 추가했었다.) 캠핑카 안에는 빨랫줄이랑 집게도 있었다. 저녁에 캠핑장에 도착하면 빨래하고 널어놨다가 아침에 걷고는 했는데, 잘 안 마른 빨래나... 저녁에 바람이 세서 왠지 밤 사이에 날아가버릴까봐 불안했던 빨래나... 한낮에 신나게 수영하고 바로 이동해야해서 애매했던 빨래들은 차 안에 널었었는데 그럴 때마다 상당히 유용했다. 빗자루도 있어서, 자기 전에 캠핑카 바닥을 쓸고, 바닷가 다녀오면 쓸고 그랬다. (+ 내 방 청소도 그렇게는 안하는데) 에... 또... 베개랑 침대보랑 이불이랑 목욕 수건까지 구비되어 있었다.
굳이 챙길 것을 찾자면 -
캠핑장에서 저녁 먹고 나서가 심심했어서 그 시간을 보낼 거리들을 챙겨갔으면 좋았을 것 같다. (+ 우리는 게임하고, 팟캐스트 듣고, 책 읽고 그랬었는데 그것도 부족했다.) 그리고 야외용 램프가 없었던 건 좀 아쉬웠다. 밤에 밖에서 분위기를 즐기기에는 캠핑장도 어두웠어서 시간을 보내기가 어려웠다.
캠핑장은 -
우리는 미리 예약을 하고 가지는 않았다. 비성수기이기도 했고, 잘 곳이 있는데 뭐가 걱정이겠냐는 캠핑카에 대한 막연한 믿음(+ 현실은, 캠핑장이 아닌 곳에서 정차해놓고 자면 벌금을 문다고 한다.) 때문이기도 했는데 예약을 하고 움직이지 않아도 괜찮았다. 첫날부터 짐이 도착하지 않아서 일정이 꼬였던 걸 생각하면, 예약하고 움직였다면 꽤나 골치아팠을 것 같고, 그때그때의 일정을 조율할 수 있어서 여유있게 둘러볼 수 있었다.
캠핑장 예약은 -
어렵지 않았다. 오늘내일 어디까지 갈지가 정해지면, 구글에서 캠핑장 검색을 해서 전화 한통화하면 끝이었다. 6시에 문을 닫는 곳이 많고, 인터넷으로는 자리가 없다고 나오는 곳이 많았지만 전화해보면 다 자리가 있기는 했었다. 예약하는 것도 인터넷보다는 전화가 훨씬 편했는데, 물어보는 질문들도 비슷비슷해서 영어를 굳이 막 열심히 하지 않아도 충분했었다. (+ '너네 차 크기가 어느 정도니?'라고 묻는 곳이 많았다. 우리 캠핑카는 18feet였는데, 미리 알아두지 않아서 처음 갔던 캠핑장 주인아줌마가 알려주셨다.)
캠핑장 시설은 -
대부분 시설도 좋았고, 친절했어서 '아, 좀 알아보고 올걸' 그런 생각도 하지 않았다. 화장실, 샤워실, 부엌과 같은 곳들이 다 청결하고 시설이 잘 되어 있었던게 가장 인상적이었다. (+ 휴지랑 세제도 다 잘 갖춰져 있어서 혹시나 해서 마트에서 산 휴지는 기념품인양 그대로 들고 왔다.) 그리고 조금 규모가 있는 곳은 대개 어린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시설도 다 갖추고 있었다. 지정해준 자리에 캠핑카를 대고 물과 전기를 연결하면 생활하는데 불편함이 없는데 심지어는 숙소에서 머무는 것보다 저렴해서, 이 나라는 캠핑카 하나 있으면 그냥저냥 살겠는데?라는 생각도 잠깐 했었다. (+ 물론 현실이 되면 고단하겠지만.)
잘 곳과 이동수단이 늘 나를 따라다닌다는 것만으로도 여행을 하는 마음이 무척 여유로웠다. 여러 장소를 거치는 여행을 할 때마다 차편을 놓칠까봐- 제날짜에 숙소에 도착하지 못할까봐 전전긍긍했던 순간들을 생각하면, 미리 해둔 예약 때문에 마음에 들었던 여행지에 더 오래 머물지 못해 아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면, 기껏 열심히 찾아서 예약했는데 숙소의 시설이나 장소가 마음에 들지 않아 하루의 마무리가 만족스럽지 못했던 순간들을 생각하면 캠핑카 여행은 또 해볼만 한 것 같다. 그리고 다음 번에는 더 액티브하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