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여행기 (2) 네 도시 이야기
떠나기 전에 노르웨이 여행을 검색했을 때 ‘맥주는 면세점이 제일 저렴하니까 공항 나오기 전에 사라!’는 팁이 있었다. 술 좋아하는 우리는 무겁게 많이 사서 짊어지고 가는게 멍청한 짓인가 현명한 짓인가의 기로에서 고민하다가- 그날 저녁 먹을 정도의 맥주만 사갔다. (어차피 저녁을 밖에서 사먹기도 했고, 있으면 있는대로 다 먹고 또 사러 갈테니까...?!)
오슬로 숙소에는 웰컴 노트가 있었는데 두 가지가 기억에 남았다. 하나는 노르웨이 사람들은 수줍음이 많고 길 가다가 눈 마주친다고 “하이~”하는 사람들이 아니니 이해해달라는 글이었고, 다른 하나는 노르웨이는 물가가 비싸서 밖에서는 간단히 술 위주로 먹기 때문에 집에서 친구들이랑 1차를 하고 밤늦게 바에 와서 2차를 한다는 글이었다. 덧붙여서 노르웨이의 연애에 대한 팁도 적혀져있었다.
그렇게 밤늦게 2차를 하다가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으면 하룻밤을 보내고, 몇 차례 하룻밤을 더 보낸 뒤- 이 사람과 진지한 관계가 되고 싶으면 같이 저녁을 먹자는 데이트 신청을 한다는 거다. 그래서 저녁 먹자는 말에는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도대체 늦은 밤은 몇시인가 싶을 정도로, 저녁 시간에는 가게마다 사람들이 꽉 차 있었다. 그리고 예쁘고 맛있어 보이는 가게들도 많았다. 뭐랄까, 오슬로는 전체적으로, 변화하고 있는데 안정된 느낌, 활기찬데 차분한 느낌, 어질러져 있는데 깨끗한 느낌이어서 떠나기 아쉬웠다.
에어비앤비에서 숙소를 찾았는데, 이 동네에는 ‘마굿간인가? 곡식창고인가?’ 싶은 집들이 있었다. 외관은 좀 사람 살 곳 같아보이지 않았지만- 내부 시설은 잘 되어 있다고 하서 하룻밤은 그곳에서 머물기로 했다.
200년된 통나무집이라고 해서 골랐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귀엽고, 깔끔했다. 노르웨이 사람들은 덩치가 큰 것 같은데 집은 왜이리 작게 짓고 살았지..라는 의문은 풀 지 못하고...
이 동네에는 도시를 가로질러 강이 흐르고 있는데, 내가 보던 그런 강이 아니라! 산세를 따라 폭포가 우렁차고! 폭포의 물살에 무지개가 보였다. 그리고 바로 강변에 통유리로 된 카페가 있었다. 대개 여유있게 풍경을 감상하며 (•_•) 이런 표정으로 커피를 마시는데, 여기는 ‘아니, 아차하면 떠내려가겠네’하면서 (•ㅁ•) 이런 표정으로 마시게 되는 그런 곳이었다.
이 곳에서 잡은 숙소는 둘이 머물다가 한 명이 없어져도 모를 크기였다. 나중에 좀 찾아보니 스키 시즌에 쓰려고 지은 별장이 많은 동네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도시의 느낌은 별로 들지 않았다.
주인아줌마가 집 주변에 키를 숨겨놨다고 했는데, 아무리 둘러봐도 키를 찾을 수 없었다. 모름지기 집열쇠란, 현관 옆 화분 밑이나, 현관 앞 덮개 밑이나, 현관 위 조명등 안이나 그런데 있는 거 아니었나? (미드에서는 그렇던데!) 비오는 바깥을 한참 돌아다니고도 못 찾아서 갖은 짜증을 내면서 고개를 돌렸는데 옆집 지붕 위로 뜻밖에 이런 경치가 펼쳐졌다.
키를 못 찾아서 이런 경치를 볼 수 있었구나, 키를 찾았다면 집구경 하느라 밖에 이런 장관이 있다는 건 몰랐겠지...같은 위로를 나에게 하며, 집주인에게 열쇠 위치를 확인했는데, 음,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잠금이 해제되는 최신식(?) 상자 안에 있었다. (나의 올드한 생각으로 고생한 나의 뭄뚱아리에게 미안..)
베르겐은 기대를 많이 해서 그런가, 아니면 나도 모르게 오슬로랑 비교를 해서 그런가, 아니면 날씨가 계속 좋았다가 딱 이때부터 흐려져서 그런가, 기대했던 것보다는 별로였다.
베르겐에서는 피쉬마켓에서 연어를 꼭 사먹어야 할 것 같아서 찾아갔는데, 피쉬마켓에는 한국말로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 아쉬웠던건, 불쾌하게 느껴질 수 있는 말들이었다는 거다. 가르쳐준 사람이나, 배워서 써먹는 사람이나 서로 재밌자고 그런 거겠지만... 거기서 안 사고 다른 곳에서 샀다.
베르겐은 작고 북적이는 느낌의 도시였는데, 카페 같은 펍들이 있어서 신기했다. 안주는 없고 많은 종류의 생맥주만 파는데 누군가는 친구들과 카페에서 커피 마시면서 수다 떨듯이, 누군가는 혼자 커피 한 잔 시켜놓고 책 읽듯이 그렇게 맥주를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