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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ks May 13. 2019

[노르웨이] 운전은 맨정신에

노르웨이 여행 (3)

자동차 여행을 선택한 이유는 노르웨이의 멋진 경치를 시간에 쫓기면서 구경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제일 컸다. 그래서 몇 가지를 염두에 두면서 갈 곳을 정했다. 욕심이 나도 무리하게 운전하지 않고 둘러볼 수 있는 곳으로 가자(...라고 정한 루트임에도 불구하고 코피 터질 뻔 했다), 자동차로 많이 구경할 수 있게 페리는 타지 말고 내륙으로 가자(...라고 했지만 산을 넘는 도로의 초입에 스포츠카들이 부릉대는 것을 보고 쫄아서 돌아나와 페리를 탔다)였다.


오슬로에서 베르겐으로 넘어가는 ‘드라이브하기 좋은 도로’는 https://www.nasjonaleturistveger.no/en/routes 에서 살펴보고, 노르웨이 여행의 필수코스라는 송네 피오르드(55번 도로, Sognefjellet)와 베르겐으로 가는 길목의 Hargangervidda(7번 도로)를 골랐다.


그래서 이런 경로


터널이 엄청 길었다.


노르웨이에 세상에서 제일 긴 터널이 있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지도만 보고 '오, 여기 경치 이쁠 것 같다. 이쪽 길로 가보자!'라고 했는데 그 길이 계속 터널이었던 적도 있다. 도시와 멀리 있는 일부 지역에는 날 것 그대로(?)의 터널이 있어서 무서울 때도 있었고, 어떤 터널은 갈림길이 있어서 재밌기도 했다. (+ 그 긴 터널에서 길을 잘못 들면 되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긴장감이 주는 스릴이랄까.)


그리고 터널에 들어갈 때 사진 후레시가 터지기도 했다. 과속 단속에 걸린 줄 알고 깜놀했지만 나중에 찾아보니, 터널이 길고 인적이 드물다보니 그 안에서 사고가 나면 모를까봐(!) 들어간 뒤에 일정 시간이 지나도 안 나오면 출동한다고 한다.


터널 탈출 타임랩스


운전은 어렵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도로가 잘 닦여 있었고, 스키장 공사 중인 곳을 지날 때를 제외하고는 차들이 위협적이지도 않았다. 아, 물론, 도시는 달랐다. 특히, 베르겐 시내는 도로가 복잡했다. 길 한번 잘못 들면 엄청 돌아돌아야 해서, (길치인 내 탓이지만) 이성을 잃을 뻔 했다. 화는 나지만 외국이니까 쫄아서 눈치보며 화내는 그 기분이란.


암튼, 운전은 어렵지 않았지만 과속은 무서웠다. 처음에는 도로도 뻥 뚫려있고 차도 별로 없어서 별 생각 없이 신나서 막 달렸는데, 주변 차들이 속도를 잘 지키길래 찾아보니 벌금이 어마어마하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래서 설마 걸리는거 아닐까 싶어 별 생각을 다 했다. (+ 기껏 아낀 여행 경비를 잠깐 빨리 가려는 욕심 때문에 날리는 바보가 되려나! 풍경 구경하자고 차 끌고 다니는건데 빨리 달리는건 또 뭐람! 해외에서 과속카메라에 찍히면 벌금은 렌터카 반납할 때 내나? 그럼 내 통장에 벌금낼 돈이 남아 있나! 못 내면 다음에 또 오게 될 때 입국심사장에서 연행되나!) 하지만 다행히 무사했다.


그런데! 꼬불꼬불한 산 길의 어느 도로에서는 같은 종류의 스포츠카들이 줄지어 랠리라도 하듯이 달리기도 했었다. (이 나라도 자동차 동호회가 있나 싶었다.) 페리를 타지 않고 산길로 가면서 풍경을 보고 싶어서 선택한 도로였는데, 왕복이 가능한 도로라고 하기에는 좁은 도로에서 형형색색의 스포츠카들이 앵앵 엔진 소리를 내며 다가오는 통에 그 도로로 가는 것은 포기하고 다른 길을 택했다.


그래서 페리를 탔다. 표 사고, 차 싣고, 기다리고 하는 그 과정들이 여러모로 번거로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그냥 도로를 따라 달리다보면 터널이 나타나고, 터널을 따라 달리다보면 나도 모르게 페리를 타는 줄을 서게 되고, 줄 서있다보면 나도 모르게 페리에 주차를 하고, 오, 경치 이쁘네-로 부드럽게 진행이 되었다. 이 모든 좋은 기억은, 페리 하차 선착장에서 만난 수제맥주 양조장 때문이라고는 말 못하겠다.


덕분에 만난 시원한 풍경


노르웨이 여행을 해보고 싶게 만들었던, 광고에 나오는 그 멋진 도로는 꽤 북쪽이라 우리의 일정 상 가보지 못했다. 덕분에 다음을 기약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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