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여행기(4)
많이 봤다고 생각했다. 나는 도시보다는 자연을, 자연 중이서도 대자연을 쫓아다니는 사람이었어서 우와-하는 경치를 많이 봤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노르웨이 쯤은 크게 새로울 것 없이 여유롭게 다녀올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풍경 사진만 백만장을 찍었다. (나는 역시나 한낱 미물;)
여행기간 내내 날씨가 너무 좋았는데, 이런 좋은 날씨가 연일 이어지는건 백만년만의 행운이라고 했다. 눈무더기가 곳곳에 생크림처럼 쌓여있었는데, 나무는 초록초록하고,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고, 날은 선선해서, 반팔 티셔츠를 입고 봄인지여름인지겨울인지 구분할 수 없는 풍경을 마음껏 즐겼다.
차를 타고 지나가다가 그림같은 경치가 있어 멈췄는데, 노부부가 캠핑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부러웠다. 우리처럼 바삐 지나가는 일정이 아닐 수 있다는게, 이런 경치를 산책하듯 즐길 수 있다는게. (+ 하지만 사실 생각해보면 우리 동네에도 멋진 경치가 많다. 내가 게으를 뿐.)
멋진 경치를 마주할 때마다 나의 감탄사가 “그림 같네!” 아니면 “엽서 같네!” 아니면 “윈도우배경화면 같네!”였나보다. 친구가 그 구분 기준이 뭐냐고 물었다. 음... 글쎄다. 자연을 보면서 인위적인 것에 빗대어 그 아름다움을 표현하는게 아이러니하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인위적인 것들이 그나마 내가 접할 수 있었던 아름다움이었나-싶어 마음 한켠은 안타까웠다.
나는 물에 비친 풍경을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번 여행은 날씨와 시간과 경치의 삼박자가 잘 맞아, 정말 원없이 봤다. 이 정도면 물이 비친 자기 모습을 보고 반해서 뛰어들었다는 그 분이 이해가 될 정도로(응?;) 선명하고 예뻤다.
뷰포인트마다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간단한 시설들이 잘 가꿔져있었다. 아무래도 만년 회사원의 입장에서는, 이런 멀찍이 떨어진 곳들의 시설에 대한 관리를 누가 어떻게 하는지도 궁금했다. (내가 참 잘할 것 같은데...)
멈춰서고 싶은 풍경이 너무 많았어서 자동차 여행을 하기를 잘했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동 중에는 식당을 찾기가 애매할 수가 있어서, 아침에 출발할 때 샌드위치를 사서 점심 때쯤 배고파지면 아무 한적한 강변에 멈춰서서 먹었는데, 자유로움과 여유로움이 섞여있었던 그 분위기가 좋았다. (+ 다행히 테이블은 곳곳에 있었다.) 매번 ‘아, 여기쯤에서 멈출까?’를 고민하다보면 제일 근사한 풍경을 좀 지나... 조금 아쉬운 곳에 멈추게 되었는데,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더 좋았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