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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ks May 28. 2019

[노르웨이] 풍경도 맨정신에

노르웨이 여행기(4)

대자연은 옳다.


많이 봤다고 생각했다. 나는 도시보다는 자연을, 자연 중이서도 대자연을 쫓아다니는 사람이었어서 우와-하는 경치를 많이 봤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노르웨이 쯤은 크게 새로울 것 없이 여유롭게 다녀올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풍경 사진만 백만장을 찍었다. (나는 역시나 한낱 미물;)


여행기간 내내 날씨가 너무 좋았는데, 이런 좋은 날씨가 연일 이어지는건 백만년만의 행운이라고 했다. 눈무더기가 곳곳에 생크림처럼 쌓여있었는데, 나무는 초록초록하고,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고, 날은 선선해서, 반팔 티셔츠를 입고 봄인지여름인지겨울인지 구분할 수 없는 풍경을 마음껏 즐겼다.


여기가 제일 좋았다.


차를 타고 지나가다가 그림같은 경치가 있어 멈췄는데, 노부부가 캠핑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부러웠다. 우리처럼 바삐 지나가는 일정이 아닐 수 있다는게, 이런 경치를 산책하듯 즐길 수 있다는게. (+ 하지만 사실 생각해보면 우리 동네에도 멋진 경치가 많다. 내가 게으를 뿐.)


그림 vs 엽서 vs 윈도우배경화면


멋진 경치를 마주할 때마다 나의 감탄사가 “그림 같네!” 아니면 “엽서 같네!” 아니면 “윈도우배경화면 같네!”였나보다. 친구가 그 구분 기준이 뭐냐고 물었다. 음... 글쎄다. 자연을 보면서 인위적인 것에 빗대어 그 아름다움을 표현하는게 아이러니하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인위적인 것들이 그나마 내가 접할 수 있었던 아름다움이었나-싶어 마음 한켠은 안타까웠다.


이건 아마도 엽서


나는 물에 비친 풍경을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번 여행은 날씨와 시간과 경치의 삼박자가 잘 맞아, 정말 원없이 봤다. 이 정도면 물이 비친 자기 모습을 보고 반해서 뛰어들었다는 그 분이 이해가 될 정도로(응?;) 선명하고 예뻤다.


뷰포인트마다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간단한 시설들이 잘 가꿔져있었다. 아무래도 만년 회사원의 입장에서는, 이런 멀찍이 떨어진 곳들의 시설에 대한 관리를 누가 어떻게 하는지도 궁금했다. (내가 참 잘할 것 같은데...)


그림과 윈도우배경화면 사이 그 어딘가에서


멈춰서고 싶은 풍경이 너무 많았어서 자동차 여행을 하기를 잘했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동 중에는 식당을 찾기가 애매할 수가 있어서, 아침에 출발할 때 샌드위치를 사서 점심 때쯤 배고파지면 아무 한적한 강변에 멈춰서서 먹었는데, 자유로움과 여유로움이 섞여있었던 그 분위기가 좋았다. (+ 다행히 테이블은 곳곳에 있었다.) 매번 ‘아, 여기쯤에서 멈출까?’를 고민하다보면 제일 근사한 풍경을 좀 지나... 조금 아쉬운 곳에 멈추게 되었는데,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더 좋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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