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여행기(5)
문화라는 것을 경험하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기는 했지만, 사람을 만날 때와 마찬가지로 문화에도 ‘첫 인상’이라는 게 있다면 노르웨이는 첫인상이 참 좋아서, 앞으로 천천히 알아가고 싶은 그런 곳이었다. (특히, 오슬로가 그랬다.)
여행을 가면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가는 편은 아니지만, 오슬로에 가면 어쨌든 꼭 뭉크의 작품을 봐야할 것 같아서 국립 미술관에 갔다. (+ 뭉크박물관과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우리 이동 거리상 애매하기도 했고, 작품은 국립 미술관에 더 볼거리가 많다고 해서 이쪽으로 결정했다.) 방 하나가 전부 뭉크의 작품들이었는데, 사진도 영상도 마음껏 찍을 수 있었다.
뭉크는 여성에의 혐오가 있거나, 아니면 자기자신에 대한 혐오가 여성을 통해 투영이 된 듯 했다. 보수적이고 경직된 느낌의 여동생과 한껏 자유로운 느낌의 (사랑했던) 여인들의 대비가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느껴지는 우울감이 묘했다. 침잠하는 느낌이랄까.
우리는 시간 여유가 있어서 오래 앉아있었는데, 덕분에 단체여행객을 인솔하는 가이드분들이 해주는 설명을 여러 번 들을 수 있었다. (+ 한국인 단체여행객들이 많았다.) 가이드분들마다 같은 그림에 대해서도 조금씩 다른 해석을 해주는 것이 재미있었다.
베르겐에서는 전망대에 올라가려고 열차를 기다리는데 유치원에서 단체로 아이들이 놀러나온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빠가 참여하는 행사인 듯, 모든 아이들의 옆에는 아빠들이 있었고 전망대 앞에서 헤어지는 일정인 것 같았다.
일단은 아이들을 배웅해주는 아빠들이 다들 모델 같아서 한번 놀랬고, 너무나 능숙하게 아이들과 대화하는 모습에 두번 놀랬다.
사실 나에게 있어 여행은 일종의 현실도피인데, 떠나있으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아빠와 딸들이 편안하게 대화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건, 그런 이유에서가 아니었을까 싶다. 나의 현실은 사회생활로 꽉차 있는데, 사회생활에서 거리를 두면 그때서야 눈에 들어오고 내 마음 한 켠을 먹먹하게 하는건 가족이라는게 왠지 서글펐다. 잘 살아보려고 열심히 사는건데, 그러다가 힘들어서 잠시 여행을 와서야, 내가 무엇 때문에 잘 살고 싶어하는지 보게 되는 셈이랄까.
어쨌거나, 술 한잔에서 시작된 이번 여행은 하루하루를 즐겁게 술로 마무리했다. 일단, 공항에서 사서 나오는 술이 제일 저렴하기는 하지만 시내에 있는 리쿼샵에 다양한 종류의 술이 많아서, 꽐라뿜뿜을 할게 아니라면 시내에서 술을 쇼핑하는 재미도 쏠쏠할 것 같았다.
그리고 몇해전 수제맥주의 유행이 크게 휩쓸고 갔다고 한다. 그래서 맥주양조장 투어를 해볼까 해서 베르겐의 한 곳을 찾아봤다가 시간 관계상 접었는데, 이동 중에 페리를 타고 내리니 바로 그곳(Flam)에도 양조장이 있었다.
참새가 방앗간에 들리듯 총총 들어갔는데, 시간에 맞추면 투어도 할 수 있고 시음도 할 수 있게 되어있었다. 우리는 아쉽지만 시간이 안 맞아 샘플러로 만족해야 했다. (+ 그리고 더 아쉽지만 나는 운전해야 해서 눈으로 만족해야 했다. 으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