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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ks Aug 07. 2019

[노르웨이] 언젠가는 또

노르웨이 여행기(6)

그래서,


물가가 비싸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체감상 그리고 여행 경비상 그렇게 비싸지는 않았다. 비싸면 재료만 사서 숙소에서 해먹으려고 했는데, 정작 가져간 라면도 남아서 가져왔다.


특히나 후기들에서 읽었던 것을 그대로 따라, 맥주를 면세점에서 대량 구매했으면 후회했을 뻔 했다. (조금씩 즐기는 사람들이라면 면세점에서 구매하는게 더 나을 것 같다만, 우리는... 고래고래였어서... )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여행을 가는건데, 조금 저렴하게 살 수 있다고 술을 짊어지고 다녔으면 나의 현실을 발목에 매달고 돌아다니는 것 같아 즐기지 못했을 지도 모르겠다.


짊어지고 간 현실들을 먹은 날


사실 즐기지 못한 때는 바로, 과속한 것 같아 찝찝했던 그날이었다. 외국이라고 들떠서 엑셀을 밟은 오늘의 내가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이미 엎어진 일이야! 돌이킬 수 없으니 잊어! 아직 딱지가 날아오지도 않았는데 미리 걱정할 필요가 없어!’라고 머리는 생각했지만 소심한 마음은 그렇지 못해, 장관을 앞에 두고서도 즐기지 못하는 나의 모자람이 슬펐다.


다시 또 간다면,


여행을 다녀오면, 그 나라 사람이 쓴 소설책을 찾아보게 되는 나라, 역사를 찾아보게 되는 나라, 힐링이 필요할 때 사진을 꺼내보게 되는 나라, 그리고 잘 다녀왔음에 만족하는 나라로 여파가 나눠지는 것 같다. 노르웨이는 사진을 꺼내보게 되는 나라였다.


쳐들어간닷


대자연은 다듬어지지 않은 그런 매력이 있어서 좋아하는데, 노르웨이의 대자연은 희한하게 대자연이지만 무척 잘 관리된 느낌이었다. 오래된 목조 교회마저, 세상의 풍파를 겪은 고단함이 느껴지는 오래됨이 아니라 곱게 늙은 듯한 느낌이었다.


그래서일까 만약에 다시 또 갈 수 있다면, 대자연을 보러 간다기 보다는 편안하게 쉬러 다녀오고 싶다. (편안하기 쉬기 위해 장시간 비행을 해야한다는 아이러니가 있지만.) 그때는 여기저기 돌아다니지 않고 오슬로에 머물면서 도서관도 가고, 새로 생긴 음식점도 가고, 카페에 오래 앉아있고, 힙하다는 상점도 구경하면서 놀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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