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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니슨 Dec 01. 2021

또! 유치원에 가지 않았다

육아 에세이

아이의 작은 눈망울에 눈물이 차올랐다. 잔뜩 찡그린 얼굴에는 아쉬움이 진하게 묻어났다.

갑자기 늘어난 확진자수로 유치원 등원을 못할 것 같다는 내 말을 들은 이후다.




오는 12월 31일 유치원 졸업을 앞두고 있는 2호는 오늘도 유치원에 등원하지 않았다. 사실 이게 하지 '않은' 것인지, '못한' 것인지 모르겠다. 뭐가됐든 이유는 '코로나19'다.


ⓒ픽사베이


내가 코로나19에 유독 유난스러운 탓이겠지만,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지 않은 날들이 많다. 아이는 가고 싶어하지만 혹시나 유치원에서 확진자가 발생할까 두려워, 우리가 어디선가 확진자가 됐을까 두려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 보내지 않는 것이었다. 우려되는 상황을 '차단'하는 것이다.

 

특히 관내 확진자 수는 내가 아이의 등원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인데, 30명을 넘어서면 일단 보내지 않기로 했다. 아이가 등원을 너무나 원해 30명을 조금 넘었을 때 등원시킨 날도 몇 번 있지만 일단 내가 정한 기준은 관내 확진자 30명이다.


어젯 밤 확인한 관내 확진자 수는 57명. 전날 28명에 비하면 2배를 넘어서는 수치다. 신종 변이인 오미크론이 국내에 들어왔는지의 여부가 판가름나는 중요한 시점에 갑자기 확 늘어난 확진자 수에 나는 적잖이 당황했다.


이미 월요일과 화요일 등원을 하지 않은 아이는 "우리 내일도 유치원 못 갈 것 같아. 확진자가 너무 많이 나왔어."라는 내 말에 울음을 터트렸다. 친구들과 놀고도 싶고, 지난 주에 만들기 했던 것을 가져오고도 싶고, 그런 와중에도 엄마가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니 간다고 고집을 피울 수도 없고. 그런 아이를 보는 내 마음도 찢어지는 듯 했다. 차오르는 눈물을 눌러 삼켰다.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은 공립인 탓인지 졸업식도 빨라 이제 유치원 소속으로 지낼 수 있는 시간도 겨우 한 달 남았다. 친구들과 많이 놀지도 못했으니, 선생님을 많이 만나지도 못했으니 졸업을 할 수 없다는 2호는 아쉬움이 가득한 얼굴과 목소리로 '나 졸업식 안 갈거야! 그럼 졸업 안 하는 거잖아!'란다. 그 천진한 말에서 묻어나는 아쉬움에 나는 어떤 말도 해줄 수가 없었다. 그저 아이를 품에 안고 가만히 등을 토닥이는 것 외엔.

 

아이는 친구들과 급식 먹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한다. 친구들이 모두 마스크를 벗는 시간을 피하기 위해 점심시간 전에 하원을 하고 있는 탓이다. 2학기 들어 새로 생긴 급식실도 한 번 이용해 본 적이 없다.


매일 재밌는 거 할 시간에 엄마가 온다며 투덜거리는 아이의 마음을 어떻게 달래줘야 할 지도 아직 모르겠다.


6살 이후로, 아니 5살 겨울방학 직전 이후로 등원을 제대로 하지 못해 온 2호에게 유치원 생활은 어떻게 기억될까. 나는 차마 그 마음을 헤아릴 수도 없다. 


ⓒ픽사베이



이미 국내 일일 확진자가 5,000명이 넘었고, (내 짧은 생각으로는)공동주택의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에선 말도 안 되고 실효성도 없을 재택치료가 언급되고 있고, 오미크론이 국내에 유입됐는지는 물론 얼마나 퍼졌는지도 알 수 없는 이 위기 상황에, 아이의 유치원 등교를 차단하는 것이 정말 '최선'의 방법일까. 내 지나친 걱정 때문에 아이의 유치원 생활을 빼앗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그럼에도 '차단'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라 믿고 싶다. 모두가 내 걱정이 지나치다고 하지만 나만은 이게 아이를 지킬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믿고 싶다.




'비행기를 타고 다니면서 공중에서 소독약을 뿌리면 코로나가 없어지지 않을까?'라는 아이의 말처럼 기적같이 코로나19가 소멸됐으면 좋겠다. 이 모든 것이 끔찍한 꿈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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