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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니슨 Dec 17. 2021

오늘은 반차 좀 쓰겠습니다

육아 에세이

보통 아이가 4~5살까지는 휴식을 통한 에너지 보충을 위해 낮잠을 재우는 게 좋다고 한다. 그런데 낮잠의 필요성은 아이에게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성인에게도 낮잠은 효과적인데, 집중력을 높일 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좋은 영향을 준단다.


어린아이를 돌보는 부모에게도 낮잠은 필요하다!!!


ⓒ픽셀즈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유치원에 다니는 작은 아이를 등원시키지 않은 날들이 많았다. 그러다 이번 주 들어서는 유치원에 너무 가고 싶어 하는 아이의 성화에 못 이겨, 이번 달 말이면 졸업인데 그전에 즐거운 추억을 하나라도 더 만들길 바라는 마음에 조심히 등원을 시키고 있다. 점심밥은 먹지 않고 돌아오기에 11시 30분이면 하원하지만 단 두 시간만이라도 아이 없는 내 시간이 필요했던 것도 사실이다.


나는 코로나 이후 전적으로 집에서 일하는 100% 홈워킹맘이다. 말이 좋아 홈워킹맘이지 사실은 아이 챙기랴 살림하랴 일하랴 공부시키랴... 하루 종일 엄청 바쁜데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되는 것 없이 초조해져 늘 짜증이 가득한 네거티브맘이다.


몸의 피로와 마음&정신의 스트레스는 불꽃같은 시너지를 일으켜 나를 더 지치게 한다. 아침부터 밤까지 피곤하지 않은 때가 없다. 책상에 앉아 졸기도 하고, 멍하니 있는 시간도 길어졌다. 매사에 더 짜증이 나고, 더 많이 화를 낸다. 아이의 별것 아닌 언행에 갑자기 불길을 내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번아웃 증후군'이 수시로 찾아오는 것이다. 


그러다 하루는 피곤함이 유독 깊게 느껴졌다. 아이를 보내기 전부터 머리가 멍한 탓에 어떤 것에도 집중을 할 수가 없었고, 계속 신경질이 났다. 원래의 루틴은 아이를 등원시킨 후 아침 먹인 것을 대충 치워놓고 돌아오기 전까지 약 두 시간 열심히 일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날은 일단 쉬기로 했다. 알람을 여러 개 맞춰놓고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그 따스함 속에서 아스라이 정신을 놓았다. 한 시간쯤 흐른 후, 서너 개의 알람이 울리고서야 겨우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픽셀즈



평소의 루틴을 벗어나는, 내 컨디션을 최우선으로 여긴 '낮잠' 덕분에 그날의 짜증 지수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아이를 챙기는 것에도, 일을 하는 것에도 좀 더 열의가 생겼고, 능률 또한 올랐다. 코로나19로 전국이 초비상사태인 이 때 아이를 등원시켜놓고 나 편하자고 낮잠을 잤다는 데서 죄책감 같은 것을 느끼기도 했는데, 곧 '엄마 몸이 편해야 너네도 편한 거야~'라며 내적갈등의 종지부를 찍었다.


"요즘 화가 난다면 엄마 스스로에게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사람은 사람답게 살아야 사람다운 마음을 가질 수 있는데 많은 엄마들이 그렇지 못하다. 그러니 자신을 자책할 게 아니라 엄마 자신에게 잘해주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육아빠' 정우열 정신과 전문의의 말을 좋아한다. 그래서 나 스스로에게 잘해주기 위해 평소와 달리 낮잠을 잤고, 그 결과는 나와 아이 모두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최근에 재밌게 보고 있는 웹 소설이 있는데 7살 여아를 키우는 싱글맘인 주인공이 '엄마는 잔뜩 주고도 주지 못한 것을 굳이 찾아내 마음 아파하는 이들'이라고 표현한다. 이 어찌나 눈물 나는 표현인지.. 주지 못한 것을 굳이 찾아내는 엄마지만 있는 것이라도 잔뜩 주려면 일단 엄마 자신을 돌봐야 한다.


그러니 몸과 마음이 '이제 너무 지쳤다'는 신호를 보내거든 주저 말고 쉬자. 자신도 모르게 아이에게 짜증을 내놓고 '내가 왜 이러지' 자책하고 후회한다면, 일단 쉬고 보자. 아이를 위해서라도 엄마 자신을 돌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하루쯤은 육아에 반차를 내자!


집안일? 에라 모르겠다, 내일 하자!

밥? 에라 모르겠다, 배달시켜 먹자!

일? 에라 모르겠다, 일단 쉬고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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