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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니슨 Mar 20. 2019

아이를 낳기 전 저의 무지를 반성합니다

독박 육아 에세이

저는 8년 차,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하루하루 팔다리 어깨 무릎 안 아픈 곳이 없지요.


요즘 들어 아이 엄마들을 안 좋게 생각하는 몇몇 시선들을 보며 저는 생각합니다. 아이를 낳기 전 저는 너무 무지했고, 그래서 아이 엄마들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고요.


그때의 저를 반성하며, 과거의 저처럼 저로 인해 엄마들이 안 좋은 말을 듣지 않도록 노력할 것임을 다짐합니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식당에서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 아이들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엄마들도 이해할 수 없었지요.


반성합니다.


식당에서 아이들을 통제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더군요. 이것저것 궁금한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아이들은 잠시도 가만히 앉아있질 않습니다. 그런 아이들을 한 자리에 잡아 놓는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지요.


아이들이 식당에서 뛰어다니거나 소리를 지르는 등 난동을 부리지 않도록 최대한 단속하겠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니만큼 아무리 단속을 해도 소용이 없을 때가 있어요. 그럴 때는 아이를 혼내서라도 단속할 테니 조금만 양해 부탁드려요.


아이를 자리에 앉혀놓기 위해 스마트폰을 쥐어줄 수 있어요. 난동 부리는 것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니 '저 엄마는 벌써 애한테 스마트폰을 쥐어주네'라고 쯧쯧 혀를 차지는 말아주세요. 스마트폰을 보여주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거여야 하기 때문에 보여주는 것이랍니다. 스마트폰을 대체할 수 있는 뭔가가 있는지 끊임없이 찾아보겠습니다.


그리고, 아기 엄마라고 다 식당에 기저귀 놓고 나오지는 않아요.


인터넷을 통해 식당이나 카페에 아기의 기저귀를 놓고 온 엄마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많이 봤어요. 어쩌면 그 엄마들은 자신도 모르게 그랬을지도 몰라요. 아이들을 챙기다 보면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거든요.


가끔은 고가의 물병이나 식기 등을 놓고 와 속이 쓰릴 때도 있어요(저만 그런 것은 아니겠지요??). 아기 챙겨 식당을 나서느라 기저귀를 미처 보지 못했을 수도 있답니다.


물론 정말 그냥 놓고 온 엄마들도 있겠지요? 그런 분들은 정말 스스로 많이 반성하셔야 해요.


오히려 아이가 음식물을 흘리며 먹은 자리를 치우고 나오는 엄마들도 있으니(제가 그래요^^) 그런 엄마들을 봐서라도 조금 이해해 주세요.


저도 아이 엄마지만 노키즈존을 충분히 이해하고 찬성한답니다. 아이 엄마들도 아이 엄마가 아닌 분들도 서로 조금씩만 이해하고 배려해 주시면 모두가 즐거울 것 같아요.


생얼에 츄리닝 입고 슬리퍼 '질질' 끌며 동네 돌아다니는 아이 엄마들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저 엄마는 관리도 안 하나 봐~'라고 생각할 때도 있었습니다.


반성합니다.


아이 엄마가 되고 나니 제가 그러고 다닙니다. 아가씨 때는 집 앞 슈퍼 갈 때도 화장하고 다니던 저랍니다. 그때는 정말 몰랐어요. 세수도 못 한 얼굴로, 감지도 못한 머리를 질끈 동여 묶고 대충 입던 무릎 나온 바지에 슬리퍼 끌고 동네를 돌아다니게 될 줄은요.


엄마라고 꾸미지 않고 다니고 싶겠습니까? 예쁘게 화장하고 예쁜 옷 입고 거리를 활보하고 싶지만 그럴 여유가 없더군요.


아이를 좀 더 키워 놓고 아이가 스스로 뭔가를 할 수 있을 때쯤에는 저도 좀 꾸밀 여유를 가질 수 있겠지요~?


아이를 낳고서도 몸매 관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저도 반성합니다.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관리 잘하시는 엄마들도 계시지요. 그런데 저는 그게 잘 안되더라고요.


저처럼 불어난 살로 고민하시는 전국의 모든 엄마들, 힘내세요! 절망하지 마세요! 아이가 우리에게서 조금씩 독립해 나갈 때쯤엔 우리도 몸매 관리할 수 있습니다!


길거리에서 드러누워 떼쓰는 아이를 보면 그 엄마가 누군지 꼭 살펴보곤 했습니다.


반성합니다. 


아이가 그렇게 떼를 쓴다고 다 받아주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몇 번 타이르고 혼내다가 안되면 떼쓰고 일어날 때까지 기다리라고 많은 육아서들이 이야기하더군요.


아이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엄마입니다. 물론 안 그런 사람들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그렇습니다. 그런 엄마가 떼쓰는 아이를 혼내고 떼를 다 쓸 때까지 기다리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아이의 잘못된 행동을 바로 잡고, 같은 행동을 반복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불가피한 상황이 있을 수 있으니 무턱대고 아이 엄마를 안 좋게 보지는 말아 주세요. 요즘은 아동학대범으로 신고 들어갈까 봐 아이를 혼내는 것도 주변의 눈치를 봐야 한답니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아이를 안은 엄마를 모른 척한 적이 있습니다.


반성합니다.


아이들과 그 아이들의 짐을 챙겨서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겁니다.


저는 매일 저녁 두 아이를 데리고 만원 버스를 탑니다. 작은 아이를 안고 큰 아이를 챙기며 서 있다 보면 허리가 끊어질 것 같습니다.


아이를 데리고 있으면 다 자리 양보를 받을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매번 그렇지는 않습니다. 물론 '벌떡' 일어나 자리를 내주시는 분들이 더 많습니다만 과거의 저도 종종 그랬듯이 누구나 다 앉아서 편하게 가고 싶어 합니다. 정말 피곤하고 힘든 날에는 남보다 나를 먼저 생각할 수밖에 없지요.


그렇다고 그들을 원망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운전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은 비록 운전이 미숙해 여러분들에게 폐를 끼치기도 하겠지만 경험을 많이 쌓아 차 운행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아이 데리고 술집에 오는 사람들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반성합니다.


맛있는 안주에 시원한 맥주 한 잔 하고 싶은 때가 있습니다. 술집에서는 집에서와는 다른 재미와 맛이 있지요.

치킨집 정도는 아이와 함께 가 맥주 한 잔씩 합니다. 요즘은 술집도 금연이니 괜찮을 거라 합리화시키고 있습니다. 아이는 맛있게 치킨을 먹지요.


혹여라도 주변에 안 좋은 분위기의 손님들이 있으면 주저 없이 그곳을 나옵니다.


아이에게 어른들의 술 문화를 너무 빨리 보여주는 건가 싶기도 하지만 치킨집, 호프집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요?





아이들 키우다 보니 예전에는 몰랐던 많은 것들을 알게 됩니다. 저의 좁은 생각으로 아이 엄마들을 오해했었다는 것도 깨닫습니다. 엄마들이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지도 다시금 느낍니다.



세상의 모든 엄마들,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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