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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니슨 Apr 10. 2023

밤의 불청객

내 세상만 머물러 있나보구나

@픽사베이


어쩌다 밤에 혼자 집을 나서는 날이면 낯선 밤의 냄새에 등골이 오싹해진다. 밤에도 세상은 돌고 있구나. 돌고 있었구나, 싶어서.

두 아이와 씨름하며 성을 내다가 다 잠든 후에 혼자 소주를 들이켜며 후회하고 자책하며 괴로워하는 그 순간에도
세상은 화려하고 활기차게 돌고 있구나, 싶어서.

내가 아무 것도 아닌 존재로 뒷걸음질 치는 동안에도
그것들은 자유로이 흐르고 있구나, 싶어서.

밤의 불청객이라도 되는 양 튕겨나가는 것을 느끼며
나를 뺀 모든 것이 빛의 속도로 지나치는 영화나 드라마의 어떤 장면처럼
나는 홀로 우뚝 서있을 수밖에 없다.

그럴 때면 나는, 더 작아지고 작아진다.

#육아일기 #육아에세이 #독박육아 #독박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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