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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니슨 Dec 18. 2023

한파도 잊을 만큼 따뜻한 연대

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 - 김지윤

<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이라... 사실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와 비슷한 내용이지 않을까 했다. '저마다의 고민으로 눅눅했던 마음이 뽀송뽀송해지는 곳'이라기에 더 그렇게 생각했다. 게다가 최근 들어 이런 류의 소설들을 많이 봤던 탓에 볼까 말까 고민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제목이 자꾸 떠올랐다. 한 번 본 책 제목은 쉽게 까먹는 편인데 이 책은 정말 이상하게도 계속 기억에 남는 것이었다. 표지의 그림도 마음에 들었다. 빨래방에 혼자 앉아서 무언가 적고 있는 여자가 혼자 카페를 다니며 책을 보고 글을 쓰는 나와 비슷한 것 같기도 했고. 내 맘대로 끼워 맞춘 동질감이었으려나.


마음을 울리는 "소중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요, 그래서 그걸 써 보려고 합니다."라는 작가의 말에 기대어 보기로 했다.


돈에 쪼들리는 데도 어린아이를 키워야 하기에 일을 할 수 없는 전업맘의 이야기부터 눈물이 줄줄 흐른다. 이건 감정 이입이 되지 않을 수가 없잖아!


꿈을 향해 노력하지만 번번이 실패하던 두 젊은이가 서로의 응원에 힘입어 꿈을 이루게 된 이야기,

대학병원 전문의로 허울 좋게 살고 있지만 기러기 아빠로서 느끼는 외롭고 서글픈 이야기도 가슴 아프게 공감된다.

돈보다 가족의 추억을 간직하길 원하는 장 영감이 베푸는 정성도 감동과 눈물샘을 자극한다.


이 책의 백미는 보이스피싱범을 좇는 부분. 세탁소에서 정을 나눈 사람들이 똘똘 뭉쳐 보이스피싱범을 추격할 때는 손에 땀을 쥐고 마음을 졸이게 하더니 체포하는 부분에서는 카타르시스가 폭발한다.  


결국 모두가 해피엔딩을 맞아 따뜻한 마음으로 책장을 덮을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나일 수도, 바로 내 이웃의 누구일 수도 있는 사람들의 보통의 이야기여서 더 마음이 쓰였을 것이다.


"특별할 것 없는 공간에서 펼쳐지는 정겨운 안부와 인사는 행복의 주문을 외우는 일상이 판타지 같다"는 천선란 작가의 추천사처럼 서로를 생각하고 함께 고민하고 어려움을 나누는 사람들의 연대가 눈부시게 아름답다.


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은 정말이지 한파도 잊을 정도로 따뜻한 곳이다. 어쩐지 연남동에 가서 빙굴빙굴 빨래방을 찾아보고 싶어진다.



[summary]


미라는 자신의 뒤에서 쉼 없이 돌고 있는 세탁기처럼 하루도 빠짐없이 치열하게 살았다. 처녀 때는 일에 치여 살다가 엄마가 되고부터는 육아에 치여 살았다. 하지만 어느 곳에도 이름을 내밀지 못하는 지금은 집에서 덜덜거리는 고물 취급이나 받는 고장 난 세탁기가 된 것 같아 스스로가 짠하고 가여웠다. p55


엄지손톱만 한 방울토마토에도 제일 맛있는 때가 있답니다. 사람도 그렇겠지요. 쓴 맛 가고 떫은맛도 지나가고 인생이 제일 맛있을 때가 있을 겁니다. p79


백 년을 산 나무도 바람에 흔들립니다. 그래야 부러지지 않고 꺾이지 않고 살아 남아요. 어쩌면 그게 오랜 시간 비바람을 견뎌온 나무들의 지혜일지도 모릅니다. p208


누구나 목 놓아 울 수 있는 자기만의 바다가 필요하다. p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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