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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니슨 Jul 13. 2024

결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유롭게 네 삶을 즐겨라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됐다. 과거에야 결혼을 하지 않으면 뭐라도 문제 있는 사람으로 보는 시선이 강했지만 시대가 변하지 않았는가. 내 아이들은 결혼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의 삶을 즐겼으면 좋겠다.




얼마 전 한 커피숍에서 우연히 젊은 부부의 이야기를 듣게 됐다. 여자는 시어머니의 잦은 연락과 방문, 과도한 참견에 대해 불편하다는 입장을 전했고 남자는 "평생을 그렇게 살았는데 어떻게 변하겠어! 네가 이해해."라는 식으로 얘기했다. 그 말에 여자는 버럭 했고 남자 역시 "그럼 어쩌라고? 엄마랑 연을 끊으란 말이야?"라며 발끈했다.


결혼생활이라는 게 맘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결혼식 올리기 일주일 전쯤 확실히 알기 시작한 것 같다. 개인대 개인인 연애와 가족대 가족인 결혼은 확연히 달랐다. 단순히 밤에 헤어지기 싫어서, 너무 사랑해서, 이 사람이다 싶어서 등의 이유만으로는 넘어야 할 산이 너무도 높고 험하다. 결혼을 결심한 이유가 오히려 발목을 잡는 일도 허다하다.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될 때까지 사랑하겠다는 결혼서약은 진정 영원한 약속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일까.


Image by 愚木混株 Cdd20 from Pixabay

결혼 13년 만에 비혼주의자가 됐다. 결혼과 자녀가 주는 행복도 무시할 수 없겠지만 꼭 해야 하는 의무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비록 지금의 나는 절대로 그렇게 살 수 없지만.


두 개인의 차이 나는 사고방식과 생활습관, 서로를 자신에 맞춰 길들이려는 고집, 가족을 책임지는 가장의 무게, 가정을 지키는 주부의 책임, 균형을 이루지 못하는 부모에 대한 , 다른 교육관 등 결혼이 결코 꽃길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하나의 산을 겨우 넘으면 또 다른 산이 있고, 그 산도 죽을 각오로 넘고 나면 에베레스트 급의 험준한 산이 버티고 있다. 그 산을 넘기 위해 때로는 나를 포기해야 하는 순간도 온다. 내가 갈고닦아온 시간들도 아무것도 아닌 게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산을 넘는 노력의 결실이 달콤하다면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굳이 산을 넘어야 할까 싶은 것이다.


결혼을 하지 않은 친정오빠가 있다. 엄마는 늘 오빠가 걱정이어서 결혼정보회사며 지인들을 통해 선 자리를 알아본다.


"결혼이 뭐 중요하다고 그렇게까지 해?"

"나이 들어서 병들고 힘들면 믿을 데는 내 와이프(혹은 남편)랑 자식밖에 없어. 또 나이 들어서 혼자 살면 얼마나 외롭겠니?"

"엄마~. 결혼을 해도 외로울 수 있고. 와이프(혹은 남편)나 자식이 있다고 나를 보살펴 줄 거라고 어떻게 장담해!"


아직 결혼 13년 차밖에 되지 않아서 이런 시건방진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겠지만, 내 아이들이 흔히 말하는 결혼적령기가 되면 어떻게 생각이 바뀔지 모르지만, 내 아이들은 결혼의 굴레를 벗어나 자유롭게 자신의 꿈을 좇고 이뤄가며 살아갔으면 좋겠다. 그러다 결혼을 하게 되더라도 자신을 잃지 않을 수 있는, 서로의 꿈을 응원하고 함께 일궈나갈 수 있는 사람과 그들의 주체적인 삶을 응원하는 가족을 만날 수 있길, 지금부터 백팔배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다.


Image by Mohamed Hassan from Pixabay

SNS를 보다 보면 부부 고민에 대한 글들이 꽤 있다. 다들 어찌나 많은 것을 놓으며 사는지.. 부디 모든 기혼자들이 서로 좀 더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마음으로 서로를 바라볼 수 있길, 다른 무엇보다 내 배우자와 그와 함께 만든 가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길, 함께 꿈을 꾸고 함께 이뤄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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