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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니슨 Jul 06. 2024

마흔둘의 바이올린 초보 엄마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했다. 20대나 그 전에  시작했다면 좋았겠지만 더 늦기 전에 새로운 도전기회가 있다는 게 고맙고 나 자신이 기특하다.



아이가 교내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바이올린을 켜는데 그 모습을 보며 배워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레슨비며 바이올린 구입비에 내 나이를 생각하니 '이제 와서 뭘 하겠다고 그 돈을 쓰냐' 싶은 것이다. 당연히 엄두도 낼 수 없었다. 마침 그 때 선물처럼 좋은 기회가 생겼다.


관내 지원 사업으로 성인 오케스트라를 모집하는 것이었다. 경력자는 물론 초보자도 가능했다. 더 좋은 건 악기 대여와 레슨(이라고 할 정도로 거창한 수준은 아니지만)이 가능하다는 것. 연회비로 일정 금액을 지불해야 하지만 무료나 다름없는 수준이었다.


고민이었다. 내가 해봐도 될까. 두려웠다. 내가 할 수 있을까. 그 끝에는 '하고 싶다', '해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이건 일생일대의 기회일지도 몰라.


Image by Pexels from Pixabay


첫 바이올린 수업에서 활 잡는 법과 개방현(아무런 줄도 짚지 않은 기본적인 상태) 연습을 했다. 삑삑 뻑뻑 쁙쁙 기대와 달리 이상한 소리가 난무했지만 한 번씩 제 음정이 들릴 때의 환희를 잊을 수 없다. 활을 움직이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더 큰 확률로 바른 소리가 났다. 매일 연습하고 싶어졌다!!!


바이올린 수업은 주 1회 진행된다. 첫날 이후 집에서도 부지런히 바이올린을 켜고 있다. 선생님께 받은 악보 연습을 마치고(완벽하진 않지만) 아이의 교본까지 펼친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아이에게 물어보고. 하면 할수록 연주력(?)이 느는 게 신기다. 안일도, 육아도 열심히 해도 눈에 띄는 결실은 없었는데 이건 확연히 티가 난다. 수업마다 향상된 나에게 놀라는 사람들의 관심도 기분 좋다. 더 연습벌레가 될 수밖에 없는 일이다. 




나로서의 무언가를 찾고 싶었다. 아이나 가족이 아닌 나를 위한 어떤 것을 하고 싶었다. 아내, 엄마, 며느리로서의 역할에 심각하게 지쳐 있었다. 딱 그 시점에 맞닥뜨린 도전은 짜릿했고, 가시적인 성취는 황홀했다. 집안일이나 육아와는 전혀 다른 감동이었다.


오직 나를 위한, 나로서의 도전. 누구의 뒤에서 지원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열심히 하면 그대로 즉각적인 성과를 느낄 수 있는 것. 나이가 장애가 되지 않는 것. 바이올린은 단순히 '악기를 배운다'가 아니라 그런 복합적인 의미의 활동이다.


내겐 도전과 용기를 응원하는 많이 사람들이 있다. 이제 겨우 10살인 아이도, 13살인 아이도 든든한 지원군이다. 무엇보다 도전하고 노력하는 내가 기특하고, 매일 더 나아질 나를 믿는다.


덕분에 '내가 할 수 있을까?'의 물음표는 '나도 할 수 있다!'의 느낌표가 됐다.


Image by vocablitz from Pixabay


새로운 것을 시작할 때 중요한 건 단 하나, 내 마음이다. 마흔둘, 엄마, 아내, 며느리이면서 '그냥 나'이기도 한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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