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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니슨 Jun 23. 2024

화투 패 돌리기 좋은 나이

나이는 못 속여

기억나지 않는 일들이 많아졌다.

구두로 한 약속도 곧잘 기억했었는데 이젠 메모를 하지 않으면 잘 떠오르지 않는다.


오늘이 며칠인지, 무슨 요일인지에 대한 감각도 없이 지낸다. 남편이 출근을 하고 아이이 학교에 가면 평일이고 그렇지 않으면 휴일 뿐이지.


이글도 그래서 늦어졌다. 


생각지도 못한 사이에 시간이 지난다.

이렇게 나이 드는 건가. 요즘 젊은 치매도 많다던데 내 인생이 왜 이렇게 됐을까. 걱정에 걱정을 더해 드라마 <눈물의 여왕> 여주인공 같은 병은 아닐까 마음 졸이던 차에 친구 A가 말했다.


"나 요즘 왜 생각이 잘 안 나지?"


어머, 너도~???? 내심 안도되는 이 마음. 고맙다 친구야~! 그러고 보니 기억력이 좋던 A는 최근 부쩍 했던 말을 기억하지 못하는 일이 늘었다.


"우리 더 나이 먹어서 치매 안 걸리려면 고스톱이라도 쳐야겠다!!!"




삶의 곳곳에서 나이 듦을 느낀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내가 이리될 줄은 몰랐다.


전업주부이니 아무래도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들에 비해 뇌를 사용하는 빈도나 깊이가 다를 테니 기억력이 떨어지는 속도가 더 빠를 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내 나이와 환경만 탓하고 있을 순 없지~!! 나이 들수록 기억력이 감퇴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다만 그 속도가 더디 흐르게 하려는 노력은 해야 한다.


전문의들의 조언처럼 충분한 수면 시간을 확보하고 규칙적인 운동과 건강한 식습관, 스트레스 관리, 책 읽기와 글쓰기 등으로 기억의 조각들을 붙들어 봐야겠다.


혼자 틈틈이 뇌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몇 년 묵혀뒀던 맞고 애플리케이션을 재설치했다. 휴면 계정을 되살리고 첫 판을 시작하자마자 뇌에 신선한 공기가 주입된 기분이다. 연달아 세 판을 했는데 모두 내가 이겼다. 이게 뭐라고 승리의 기쁨까지 느껴지는지.


아~. 어르신들이 모이기만 하면 화투패를 돌리던 이유가 이것이었나.


어쩌면 내겐 잔잔한 일상에 파장을 일으킬 무언가가 필요한 건지도 모르겠다. 내 뇌에도 그런 자극이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일단은 그게 고스톱인 거고.


마흔둘(인지 셋인지도 이젠 잘 모르겠지만), 고스톱 치기 참 좋은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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