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버거라니! 그것도 본인들이 직접 만들어 먹겠다니! 그래, 주말에 집에서 햄버거 만들어 먹으며 쉬는 것도 좋겠지, 싶은 마음에 재료를 준비했다.
양파와 토마토를 썰고, 고기를 굽고, 양상추를 씻어서 물기를 빼고, 빵을 데우고.
내가 왜 햄버거를 집에서 만들기로 한 거지? 이거 버거ㅋ이나 ㅁ도날드, 롯ㄷ리아, 노브ㄹ드 같은 데 가서 사 먹는 게 훨씬 싸고 맛있는 거 아니야?!?!?!
재료를 준비하는 동안 초기의 좋았던 마음이 조금씩 사라졌다. 아이들이 햄버거를 만드는 동안에는 아예 온데간데없이 자취를 감췄다.
그릇이며 소스병이며 여기저기 기름과 소스 범벅이라니... 바닥에 떨어지는 재료들을 망연자실 바라보고 있자니 '아~ 나 저번에도 애들이랑 햄버거 만들기 하다가 후회했던 것 같아.'첫 아이 출산 때 '다신 안 낳아' 하지만 오래되지 않아 '하나 더 낳아야지' 하는 것처럼 그날의 고됨은 잊혔던 모양이다.
이제 햄버거는 사서 먹자고 해야지.
애미의 마음과는 반대로 아이들은 비 온 뒤 하늘처럼 해사했다.
두어 장의 고기, 흘러넘치는 소스에 치즈는 더블.
VS
한 장의 고기, 최소한의 소스에 치즈 한 장.양상추와 토마토를 쥐똥만큼 넣는 건 둘이 어쩜 이리 닮았을까.
한 아이는 입이 찢어질 듯 벌려야 겨우 한 입 베어 먹을 수 있을 만한 미국식 햄버거를, 다른 아이는 얇고 담백한 20~30년 전 편의점식 햄버거를 완성했다.
채소 적게 넣는 건 똑같은데 완전히 다른 햄버거 스타일에 웃음이 터졌다.
재료를 준비하는 과정은 고됐지만 즐겁게 만들어서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몽글몽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