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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니슨 Jun 08. 2024

남편을 원양어선 태우고 싶다는 말

이해된다는 슬픈 현실

30대 초반, 몇 개월 간 에어로빅을 다녔었다. 일주일에 한두 번 끝나면 가볍게 다과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나보다 10년 이상 더 결혼 생활을 한 언니(?)들의 말에 꽤나 큰 충격을 받았었다.


남편을 원양어선에 태우든 내가 타든 같이 살기 귀찮고 힘들어서 죽겠어.


세상에. 원양어선~?

물론 원양어선의 선원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여기서 원양어선은 단순히 비유적인 표현에 불과하. 자주 보지는 않지만 돈 많이 버는 사람. 내 남편이 그랬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대화에 끼지 못하고 놀라기만 했던 기억이 난다.


Image by coreyjonesvisuals from Pixabay

그로부터 10년이 지났다. 남편은 늘 바빠 주말부부나 다름없는 삶을 살고 있다. 서로 교류가 적으니 당연히 생각도, 시선도 많이 달라졌음을 느낀다. 남편과의 대화 주제는 주로 시부모님이나 애들 뿐이고 그와 나라는 개인은 없는데 그 와중에도 서로 추구하는 방향이 달라 곧잘 감정싸움으로 이어지곤 한다. 그 외에는, 대화란 것도 딱히 없는데 벽에 대고 얘기하는 기분일 때가 많다.


더욱이 서로 다른 성향은 접점을 찾지 못하고 멀어져만 간다. 그는 내가 자신과 다른 게 한심하고, 나는 다름을 인정받지 못해 억울하다.


자연스레 그와 나는, 다른 곳을 보며 다른 길로 걷고 있다. 같이 있는 휴일이 오히려 불편할 때가 있는 것도 당연한 수순일 테지.


Image by Stephane VERNEY from Pixabay


10년 전 그들도 이런 마음이었을까. 

그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됐다는 게 서글프다. 남편 역시 이런 마음일 거란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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