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가 뭐냐는 질문에 당황했던 날들이 있었다. 마흔 둘의 내게 장래희망이 뭐냐고 묻는 질문과 맞먹을 정도로 답하기 난해하다. 독서는 진부한 것 같고, 영화감상은 딱히 즐기지 않는다. 게임도 자주 하는 편은 아니고. 그렇다고 멍때리기라고 할 수도 없지 않은가.
사실, 언제부턴가 취미는 사치라고 생각했었다.'돈 많고 시간이나 심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들이나 취미생활 하는 거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하루하루 먹고 살기 힘든데 무슨 취미야!!'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어쩜 그리 삐딱했었는지.
결혼과 출산 이후론 가정을 유지하는 게 삶의 1순위였기에 취미를 생각할 틈도 없었다. 그러다 모든 일상에서 우울감을 느끼던 시기가 있었는데 전문가들은 그럴 때일수록 더 취미생활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론만 강조하는 양반들이라며 콧방귀를 얼마나 뀌었는지 모른다.
이제는 안다. 취미가 있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취미의 사전적 의미는 '일이나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좋아서 즐기기 위해 하는 것(나무위키)'이라고 한다. 단순히 좋아하는 어떤 활동을 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나를 들여다보고 잃었던 자신을 되찾는 과정이다. 여유가 없던 마음에 틈을 만들어 넓혀주는 도구이기도 하다.
Image by Sabine from Pixabay
지금의 내 취미는 바이올린이다. 7~8개월 전만 해도 내 취미는 불분명했다. 특별히 하는 것도. 내세울 것도 없었다. '그럴 여유가 어딨어!!'라고 나를 변호했던 내가 6개월 만에 바이올린을 자신있게 취미라고 말한다.
내가 활을 움직이는대로 소리가 나는 게 좋다.
노력하는 만큼 실력이 느는 게 좋다.
음악 한 곡을 연주할 수 있다는 게 좋다.
어려운 곡을 정복했을 때의 쾌감이 좋다.
무대에 올라 연주하는 내 자신이 좋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는 게 좋다.
그들에게서 내 부족함을 발견하고 채울 수 있는 게 좋다.
머무르지 않고 엉금엉금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이 좋다.
"너 진짜 바이올린 잘 한 것 같아. 확실히 얼굴도 밝아지고 좋아보여~" 내 변화는 지인들이 먼저 눈치챘다. 한동안 고여서 썩고 있던 내가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다시 흘러 맑아지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삶의 애환이 가득 들어차 꽉 막혀있던 마음에 굴뚝이라도 생긴걸까.
아~. 그때 전문가들이 취미를 강조한 이유가 있었구나.
Image by manseok Kim from Pixabay
혹시라도 지금 마음에 여유가 없어 습관처럼 한숨 쉬고 있는 이가 있다면 필사적으로 취미를 찾아보라고 권하고 싶다. 필사, 색칠, 드로잉, 십자수 등 가볍게 원하는 시간에 시작할 수 있는 것들도 다양하다. 취미는 힘들 때일수록 더 찾아야만 하는 영양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