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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니슨 Nov 13. 2024

약음기, 이웃을 배려하는 연주자의 마음

이해와 배려가 있는 따뜻한 사회

(아마도)윗집에서 종종 피아노를 연주한다. 어떤 때는 쇼팽이나 베토벤, 모차르트 등 유명 음악가의 곡일 것 같은 곡을, 어떤 때는 띵띵 땡땡 바이엘 정도의 기초적인 연주를 한다. 또 어떤 때는 음이탈인가 싶은 소리가 나기도 한다.


떤 연주든 듣고 있으면 우리 집이 마치 피아노 독주회가 열리는 음악당이라도 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덕분에 귀 호강 한 번 자~알 했다~!!"



요즘은 낮 시간에도 악기 연주를 할 때 초조해진다. 특히 아파트 환경에서는 내 연습 소리가 타인의 휴식을 방해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다.


뛰어난 실력의 바이올리니스트라면 누군가의 집을 음악당으로 만들어줄 수 있겠지만 나는 아직 삑삑 쁙쁙 빡빡대는 소리나 음이탈이 잦은, 배우는 입장이지 않은가. 윗집 아랫집 옆집에 피해가 되면 어쩌나 초조해지는 마음은 어쩔 수 없다. 가뜩이나 층간소음 문제가 심각한 시대이니 더더욱 그렇다. 그렇다고 전공자나 전문가도 아닌데 집에 방음 부스를 설치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약음기의 존재는 그런 내게 개화기 신문물 같았다. 약음기는 소리의 크기를 줄여주는 기기다. 악기의 종류마다 다른 형태의 약음기가 존재한다고 하는데 바이올린은 현 중간의 브릿지라는 나무 부분에 끼워서 사용하는 형태다. 고무, 플라스틱, 메탈 등 소재에 따라 효과에 차이가 있다고 한다.


약음기를 사용하면 확실히 소리가 작아진다. 음도 좀 낮게 들리는 듯한데 어차피 연습용이니 큰 문제는 아니다.


어떤 제품의 소개 자료에는 소리를 70~80% 줄여줘 야간에도 부담 없이 연주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개인적으로 아파트나 빌라 등 여러 세대가 사는 구조에서는 그렇게까지는 힘들어 보인다. 내 경우 낮 시간에 연습 소리 피해를 줄까 우려하는 마음의 수치를 낮출 수 있는 정도다. 제대로 된 연주가 아닌 연습 단계의 소리가 타인에게 전해지는 부끄러움도 줄일 수 있고.


어찌 됐든 약음기 덕분에 바이올린 연습 시간에 마음이 조금이나마 편해진 건 사실이다. 그만큼 더 오래 연습할 수 있었던 것도.


그래서 약음기에는 악기 사용자가 이웃을 배려하는 마음이 어려있다고 생각한다.



이따금 악기 소리로 이웃 간에 얼굴을 붉히는 경우가 있다는 얘기를 듣는다. 지역 맘카페에도 이웃집의 악기 소리가 시끄러워서 힘들다는 내용의 글이 게시되기도 하는 모양이다. 아주 늦은 시간만 아니면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있지만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으니 시간이나 불편 정도를 수치화하는 것은 불가하다.


다만 악기 사용자가 약음기를 써서라도 피해를 줄이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이웃들도 악기 사용자의 마음을 이해해 주길 바란다면 욕심인 걸까.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있다면 분명 우리는 더 편안하고 따뜻한 사회에 속하게 될 것이라 믿는다.

 


며칠 윗집의 피아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는 걸까. 그 집의 사정이 궁금해졌다. 심지어 걱정 비슷한 마음도 들었다. 그러다 다시 피아노 소리가 들리던 날, 음악당이 된 집에서 연주를 들으며 청소를 하고 커피를 마셨다. 음 속에서 뜨끈한 구름 송이가 피어 오르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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