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니슨 Nov 27. 2024

음악회가 이렇게 재밌는 거였어?

지나고 나면 보이는 것들

음악회에 다녀왔다. 학창 시절 이후로 처음이니 20여 년 만이다.


그 시절엔 방학 숙제를 하기 위해 세종문화회관이나 예술의 전당에서 진행되는 무료 혹은 저렴한 음악회에 가곤 했었다. 가서 음악을 듣느냐.. 하면 그건 아니다. 그럴 계획은 아니었는데 음악이 엄마 품처럼 포근하기라도 한지 잠이 솔솔 오니 어쩌겠나. 다른 관람객들의 박수 소리에 놀라 어리둥절 같이 박수를 쳤던 기억도 여럿 있다. 어영부영 감상문 겨우 작성하고 땡~!


하여튼, 그런 음악회를 무료로 관람할 기회가 생겼다. DEEP에서 선착순으로 티켓 몇 장을 지원받게 된 것이다. 다행히 선착순에 마지막으로 이름을 올렸다.


어릴 땐 그렇게 지겨웠던 음악회에 왜 이렇게 열을 올리면서 가고 싶었을까. 아마도 '선착순'이라는 조건 때문이었던 것 같다. 일단 들고 보자는 식으로. 그 이후엔 생각지도 못했던 설렘이 찾아왔는데 애들 없이 어른들끼리 관람하는 기회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주말 저녁에, 애들 없이 외출을 한다니... 음악회든 뭐든 좋지 않을 수 있나!


음악회로 향하는 내 발걸음은 구름빵을 먹은 듯 가벼웠다.



음악회가 시작되기 직전. 설레는 마음과는 반대로 '오늘도 자면 어쩌지' 걱정했다.


그런데 어라? 음악회 생각보다 재밌네?


이상했다. 자장가가 아니었다. 놀람교향곡이었다. 익히 들어본 적 있는 디즈니&지브리 오케스트라 공연이어서였을까. 신나는 멜로디에 맞춰 춤추듯 지휘하는 지휘자의 모습이 우스워서였을까.


연주를 듣는 내내 즐거웠다. 행복했다. 눈물이 차오를 것만 같은 감동이 있었다.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박수를 몇 번이나 쳤는지 모르겠다. 음악회가 끝난 후에도 가슴이 두근댔다. '또 음악회에 가고 싶다'는 마음도 들었는데 현실에선 쉽지 않은 일이니...


방학 숙제로 억지로라도 음악회에 다니던 때가 좋았던 거구나. 비록 당시에는 몰랐지만. 음악회로 가는 장벽이 높아진 후에야  '그게 참 좋은 거였구나' 마음이 쓰라리다.




생각해 보면 지난 후에야 소중함을 깨닫는 순간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아이의 아기 시절, 내 젊었던 날들, 그 이전의 시간들. 하루하루 의미를 찾지 못하고 허투루 낭비했던 모든 것들이 뜬금없이 피어난다. '그때 참 좋았는데........' 길게 남는 아쉬움에 심장이 뻥 뚫려버린 것 같은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생각한다. 지금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자고.


종종 시궁창에 빠져 있다는 기분에 사로 잡힌다. 내 인생 참 기구하다며 가슴을 치기도 여러 번. 그런 순간들도 좋았던 날들로 기억되려나.


오랜만에 음악회에서 찍은 사진들을 찾아보니 그날의 마음이 떠오른다. 덕분에 현재의 소중함을 깨우친다. 지금 아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좋았겠지만 지금이라도 알고 살아보자~!! 


이제 내일 아침에 먹을 된장찌개를 끓이러 가야 한다. 쉬어야 할 시간에 마감한 부엌을 재가동할 참이다. 소중하다, 이 시간도. 분명 그럴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