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린은 다 비슷해 보인다. 차이라고는 크기, 색깔, 나무의 결이나 색, 광택, 닳아있는 상태 정도인데 형제자매처럼 닮아있어 그것만으로 바이올린의 가치를 비교할 수는 없다. 악기를 잘 아는 사람들 눈에는 차이가 확실히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내 눈엔 그렇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소리의 영역에서는 막귀인 내게도 꽤 큰 차이가 느껴진다.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시냇물처럼 맑으면서도 속이 단단한 파운드케이크처럼 묵직하고 바다 한가운데 있는 듯 깊은 데다 은구슬 굴러가듯 청아한 소리. 현 위로 활이 단 한 번만 스쳐가도 확실히 느껴진다.
와~ 멋있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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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지만 악기 연주를 시작한 이상 그런 소리 비슷하게라도 내봐야겠다 싶었다. DEEP을 총괄 운영하시는 지휘 선생님을 찾아갔다.
"선생님~ 소리를 예쁘고 멋있게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3년쯤은 지나야예뻐져요~"
네에?? 3년이요??
내 동공에서 일어난 지진이 온몸에 전달됐다. 삑삑 쁙쁙 말고 맑고 곱고 깊고 청아한 소리를 내고 싶을 뿐인데 3년이나 걸린다고요?
아무것도 모르는 바이올린 쌩초보이던 당시엔 시간의 흐름과 소리의 상관관계를 이해하지 못했다.그래서 검색에 의존했다. '바이올린 소리 잘 내기'
생각지도 못했던 길들이는 과정에 대해 알게 됐다. 새 차를 뽑았을 때 고속도로에서 속도를 쭉 내면서 길을 들여야 한다는 얘긴 들어본 적 있다.악기에도 그런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바이올린을 잘 길들이려면 매일 일정시간 연주를 해야 한다고 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그냥 하는 게 아니라 '잘' 해야 한다는 것인데 제대로 된 음을 짚고 올바른 방법으로 활을 움직이며 연주해야 한다. 하는 만큼 길이 든다는 어떤 이는 바이올린 전공생이나 준비생에게 일주일만 자신의 악기로 연습할 것을 부탁하라고도 한다. 그럼 소리가 확 좋아진다고(물론 브릿지나 사운드포스트와 같은 부속품을 교체하는 것으로 소리를 좋게 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여기서는 배제하기로 한다).
지휘 선생님이 말씀하신 3년은 이런 것이었다. 바이올린을 시작한 지 6개월. 앙상블팀으로 크고 작은 몇 번의 공연을 하다 보니 이제야 어렴풋이 알겠다. 그 시간의 의미를.
꾸준하고 성실한 연습의 시간이 적어도 그만큼은 쌓여야 하다는 것. 끈기와 노력의 흔적이 적립되듯이 모여 소리가 깊어진다는 것. 그 시간은 바이올린을 길들이는 데서 끝나지 않고 도를 닦듯 연주자의 자세와 마인드를 갈고닦는 과정이기도 하다는 것. 그만큼 연주자로서의 역량도 성장한다.
3년이 지나면 나도 누구에게든 감동적인 소리를 선사할 수 있을까? 깨닫고 나니 개인 연습을 할 때도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활을 잡는 태도부터 진지해지고 한 음 한 음 더 정성을 쏟는다.
이렇게 나는 바이올린 연주자로서 더 나은 소리를 향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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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린처럼 우리 사람에게도 스스로를 길들이는 과정이 필요하다.올바른 음을 짚고 활을 바르게 움직이듯 자신을 단련해야 한다.
나를 잘 길들이는 방법, 뭐가 있을까.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것이 그 시작일 것이다. 그 이후엔 고이지 않고 흐르는 물처럼 살 것이다.
나라는 사람을 깊이 있고 진지하게 탐구해 좋아하는 것이나 발전시킬 수 있는 것을 찾아보고 도전할 것이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으면 내 세계를 확장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성별, 나이, 직업 등 다른 환경의 사람들과 교류하면 삶의 여러 모습을 간접 체험하며 생각의 크기도 넓힐 수 있을 테지.
함께 있으면 편안한 결이 맞는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는 것도 좋겠다. 양질의 책이나 콘텐츠로 타인의 생각을 들여다보면 내면을 튼튼히 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관심 있는 분야 전문가들의 강연도 틈틈이 들으려고 한다.
운동을 하는 것도 잊지 않아야 한다. 건강과 체력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은 것과 같을 테니.
곧 2025 년 새해다. 늘 그렇듯, 이룰 수 있든 그럴 수 없든 새해에는 목표를 세우기 나름이다. 다이어트, 입시, 취직, 이직, 집 장만.. 무엇이든 좋다. 바이올린을 길들이고 연주자로서의 역량을 키우듯 각자의 방법으로 자신과 자신의 세계를 잘 길들이는 해가 되길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