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의 힘
딱 걸렸다. 개인 연습 하나도 하지 않고 합주 연습에 나간 것. 그냥 대충 묻혀가볼까 했지만 결국 들키고 말았다.
합주 내내 나 혼자 얼마나 한숨을 쉬었는지 모른다. 음은 계속 어긋났고, 활은 엉뚱한 경로에서 헤매고 있었으며, 연신 삑삑 대는 소리가 귀를 찔렀다. 민망함에 웃고는 있었지만, 그 웃음은 경련처럼 어색하게 얼굴에 걸려 있을 뿐이었다.
연습 부족의 이유는 있었다. 최근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서 시간이 부족했다. 밤늦게 악기를 켜는 것도 무리였고. 주말에는 집안일 할 게 어찌나 많은지..
핑계는 핑계일 뿐이다. 결국 순간의 편안함을 택한 건 나였고, 익숙한 곡이라는 이유로 안일해진 것도 나였다. 겨우 걸음마 단계에 있으면서도 높이 나는 새라도 된 듯한 근거 없는 자신감에 취해 있었던 것이다.
그날, 내가 그토록 믿고 있었던 자신감은 한순간에 무너졌다. 잘하던 부분에서조차 활을 멈추며 무력하게 무너졌고, 반복의 중요성을 새삼 절감했다.
평소 아이들에게 늘 반복을 강조해 왔다.
“아는 단어라도 반복해야 진짜 내 것이 돼.”
“같은 수학 문제라도 여러 번 풀어야 체화되는 거야.”
입에 못이 박히도록 말해왔다. 아이가 중간 난이도의 문제 하나를 풀고 “이게 나야~!” 하며 자만하면, 나는 눈을 흘기며 말하곤 했다.
“이상한 자신감 갖지 마. 자신감은 엄청나게 노력했을 때 생기는 거야. 너 그만큼 했어?”
그런데 아뿔싸.
‘지금 그 말, 네가 할 수 있는 말이야?’
내 안의 내가 나에게 물었다. 순간 얼굴이 화끈거렸다. 언행이 이렇게까지 안 맞아도 되는 걸까.
예전에 본 문장이 하나 떠오른다.
“반복은 사람을 강하게 만드는 가장 지겹지만 가장 쉬운 도구다.”
지겹다고 피하고, 익숙하다고 우습게 본 내 지난 오만을 반성한다. 다시 반복의 중요함을 부끄럼 없이 말할 수 있는 내가 되고 싶다.
지겹지만 가장 쉬운 그 반복을 통해, 나는 아마추어 바이올린 연주자로서 더 단단해질 것이다.
다음 주 합주에선 반드시!
막힘 없이, 쉼 없이, 음이탈 적게. 연주하고 말겠다고 이 글을 읽는 분들께 약속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