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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의 도파민

행복을 주는 사람 - 해바라기

by 이니슨

그대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 내가 가는 길이 험하고 멀지라도 그대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


해바라기의 <행복을 주는 사람>의 노랫말이다. 최근에 찾았다. 내게 행복을 주는 것을.


Image by Ioana Sasu from Pixabay


DEEP의 합주 연습은 주 1회, 목요일 저녁에 진행된다. 연습에 늦지 않으려면 부지런히 저녁밥을 준비해 아이들의 식탁을 차려야만 한다. 그렇게 부지런히 움직이다 보면 은근슬쩍 귀찮음과 피곤함이 고개를 든다.


'오늘만 좀 쉴까? 겨우 하룬데 괜찮지 않을까?'


나를 위해 욕심을 좀 내도 되지 않냐며, 누구보다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은 일순간 솜사탕처럼 녹아내린 모양이다. 결국 '그래. 오늘만 쉬자. 다음 주에 연습 더 하면 되지, 뭐~' 하며 두 손 두 발 다 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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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아파트에 사는 단원들의 함께 가자는 메시지에 마지못해 끌려가는 듯 연습실로 향했다.


분명 귀찮고 피곤했는데??!!


연습실에 들어서는 순간 도파민이 쏟아졌다. 일순간에 온몸이 흥분되기 시작했다. "동수야, 나 너무 신나~~!!"


단원들과 수다도 떨고 개인연습도 하고 합주도 했다. 특히 합주할 때는 온몸의 세포들이 춤을 추는 듯한 희열이 밀려왔다.


첫 합주곡은 해바라기의 <행복을 주는 사람>이었다.


내가 가는 길이 험하고 멀지라도 그댄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


가슴이 쿵쾅대기 시작했다. 지금 이 순간이 바로 행복이었다.


내가 나로 존재할 수 있는 시간.

한 뼘 더 성장했을 나 자신.

같은 곳을 향해 가며 기꺼이 서로에게 손을 내밀 수 있는 사람들.

각자의 부족함이 채워지는 온기.

함께 할 때 완성되는 하모니.


피곤함과 귀찮음은 이미 불판 위의 얼음처럼 녹아 없어진 지 오래다. '그댄 내게 햄버거 주는 사람~'이라는 아재개그에도 중학생처럼 까르르 웃을 수 있는 DEEP의 단원이라는 게 벅차도록 행복했다.

Image by Tatyana Kazakova from Pixabay


돌아오는 길에 생각했다.


"안 왔으면 어쩔 뻔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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