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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린 레슨 받아요?

할 수 있다는 믿음

by 이니슨 Mar 14. 2025

DEEP 지휘 선생님이 새 악보를 주실 때면 갖고 싶은 물건을 주문한 후 택배를 기다리는 마음처럼 가슴이 콩닥인다.


'이번엔 어떤 곡일까?' 기대가 큰 반면 '어렵진 않을까?' 두렵기도 하다. 외부 레슨 없이 월 1회의 DEEP 단체 레슨만으로 연주를 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악보의 난이도는 꽤나 중요하니까.


최근에 받은 악보 중 '베토벤 바이러스(루트비히 판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8번 비창 3악장 - 출처 나무위키)'와 '하바네라(조르주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에 나오는 유명한 곡으로, 극 중의 카르멘이 1막에서 처음으로 모습을 보이고 나서 부르는 아리아. - 출처 나무위키)'는 기대보다는 두려움에 더 가까운 곡이었다.


베토벤 바이러스는 곡 중간에 샾과 플랫의 개수가 바뀌고 한 마디에 그려진 음표의 수가 어마어마했다. 그만큼 빠른 연주곡이었다. 악보를 펼치고 '한 번 해볼까?' 싶은 마음으로 바이올린을 들었으나 '역시나' 내 실력의 한계를 다시금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도입부와 끝은 어떻게든 할 수 있겠는데 문제는 '클라이맥스(라고 보이는 부분)'다. 정말이지 손가락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것이다. 제대로 된 음을 짚는 것조차 버거와중에 빛의 속도로 손가락을 움직여야 하고 써드포지션까지 자유자재로 넘나 들어야 하니 걱정이 태산 같았다. 


Image by Niek Verlaan from PixabayImage by Niek Verlaan from Pixabay

눈 뜨고 있는 시간의 반은 연습에 쓴 것 같다. 유튜브로 연주 영상을 찾아보고 수백 번 활을 들었나 내렸다 반복했다. 느리게 연습하 점점 정박자에 가깝게 부지런히 연습했다. '이거 못할 것 같은데?'라며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아니야. 할 수 있어!!'라고 마음을 고쳐 먹었다. 

며칠을 그렇게 보냈을까. 이젠 틈틈이 음이탈이 있긴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연주할 수 있게 됐다.


할 수 없을 것 같던 것을 포기하지 않고 해냈을 때의 쾌감나를 구름 위로 점프시켜 무지개 미끄럼틀을 타고 놀게 했다.  


"혹시 바이올린 레슨 받아요?"

"아니요~"

"그럼 그전에 배웠었어요?"

"아니요~. 저 작년 6월에 여기 와서 배우기 시작했어요."

"근데 어떻게 이렇게 잘해요? 손가락이 엄청 빠르게 잘 움직이던데?"


최근 DEEP에 들어온 한 회원의 칭찬이 민망하면서도 기분 좋았다(사실 칭찬받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저 진짜 열심히 연습했어요~!


함께 받은 라는 베토벤 바이러스와 비교하면 빠르지는 않지만 엇박이 기본으로 깔려 있어 박자 맞추는 데서 1차, 갑자기 고음으로 올라가는 부분에서 2차 위기를 맞이했다. 반주곡을 여러 번 들어도 도무지 파악하기 힘든 박자였다. 악보를 받은 지 2주가 됐지만 아직 갈피도 못 잡고 있다. 하지만 결국 해낼 것이다. 마침내 해내고야 말 것이다.


Image by mayahawk from PixabayImage by mayahawk from Pixabay

유재석&이적의 노래 <말하는 대로>를 좋아한다. 그 노랫말은 지쳐 있는 마음에 온기를 불어넣는다.  할 수 있다는 용기를 갖게 한다.


할 수 있다는 믿음, 나 자신을 향한 믿음이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그 믿음에는 과정이 고되고 느리더라도 앞으로 나가게 하는 용기가 있다. 그러니 어떤 어려움 앞에서도 할 수 있는 나를 믿어보자. 구름 위로 높게 뛰어오를 나를 기대하며.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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