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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니슨 Jul 24. 2019

아이와 문화센터에 가는 목적

육아에세이

아이와 문화센터에 다니고 계신가요?
그렇다면 그 문화센터에
왜!! 가시나요?


아이가 100일 즈음일 때 처음으로 문화센터(줄여서 문센)이란 곳에 가게 됐다. 강좌명은 '베이비 마사지'. 엎드려서 고개를 들고 있을 정도가 되면 다닐 수 있는 강좌다.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첫 번째 문화센터 강좌가 바로 베이비 마사지다.


'100일밖에 안 된 아기가 문화센터를 다녀도 될까?' 걱정과 고민이 많았지만 마사지라는 강좌가 나와 아이의 유대감을 높여주고 정서발달에도 좋을 것 같아 신청을 서둘렀다. 


우려와 달리 문화센터는 꽤 재밌는 곳이었다. 아이도 편안한 분위기에서 마사지를 받는 게 싫지 않은 눈치였다(내 생각에는).


그 이후로 나는 '문센 빠순이'가 됐다. 일주일에 3번을 문센을 갔으니. 여기에 하루는 짐보리 수업에도 갔다. 비용의 부담이 컸지만 아이와 나의 정서상 집에 있는 것보다는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필사적으로 문센에 다닌 이유, 아이의 발달을 촉진시키기 위한 것도 있지만 내가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바람이 더 컸다. 문센이 아니면 가족이 아닌 사람을 만날 일이 거의 없는데 문센에 가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게다가 그들은 나와 비슷한 개월 수의 아이를 키우는 동료맘들이었기에 공감하며 이야기할 거리가 많았다.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도 교환할 수 있었고.


산후우울증이 심했다. 워낙 활동적인 성격이어서 매일 집콕하며 아이만 보다 보니 내 삶이 계속 우울해져갔다. 밖에 나가고 싶지만 갈 곳이 없었고, 만날 사람이 없다는 게 나를 더 힘들게 했다. 


나의 우울함은 곧 남편과 아이에게 전달됐다. 나는 남편에게 짜증을 냈으며, 남편의 퇴근만 기다리게 됐다. 밤늦게 들어와 지쳐있는 남편에게 이런저런 일들을 '다다다다' 이야기했지만 남편은 그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듣는 게 피곤한 기색이었다. 게다가 종종 그 어린아이에게 내 우울함을 풀기도 했다. 짜증도 내고 화도 내고.


문센을 다니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나는 조금씩 밝아지기 시작했다. 사실, 출산 후 가족이 아닌 사람을 만난 건 베이비 마사지 강좌가 처음이었다. 


문센 수업을 듣고 같이 밥을 먹거나 차를 마시며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고, 서로의 어려움을 공유하고 공감한다는 것이 내 육아와 우울함을 이기는 데 큰 힘이 됐다. 덕분에 몇 년이 지나도록 연락하는 사람들도 있다. 서로의 아이가 많이 큰 것에 놀라워하며. 


그렇게 문화센터를 다니며 우울함을 이겨낼 수 있었고, 육아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입장의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또 나만 육아가 힘든 게 아니라 모두가 힘든 것이라는 사실에 내심 위로를 받기도 했다. 



내가 아이와 문화센터를 열심히 다닌 이유, 사람이 그리워서였다. 사람을 만나고 싶고 그들과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집에만 있고 싶지 않았기에 어떻게든 집 밖을 나가 뭘 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다. 그래야 내가 살 것 같았다. 아이는 아이대로 새로운 환경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며 즐거웠고, 나는 나대로 사람들을 만나서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육아 #육아일기 #육아에세이 #문화센터 #아이의첫문화센터 #문화센터에가는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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