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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니슨 Aug 28. 2019

아이에게 화가 날 때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

독박육아맘의 애 키우는 이야기

아이를 키우는 일이 늘 즐겁고 행복하기만 하면 좋을 텐데 즐거움과 행복함만큼 힘든 시간들도 많지요. 그러다 유독 힘듦이 이어지고 주어진 여러 상황들이 더해져 육아라는 것 자체가 '고통'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럴 땐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에 예민해지고 콕 찌르기만 해도 깊은 곳에서 우러나온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활화산이 되고 맙니다. 저는 '내가 애를 왜 낳아서 이 고생을 하고 있을까', '이럴 거면 혼자 살 걸 그랬지'라는 생각까지 하곤 합니다.


그래서 최근 저는 아이들에게 화를 덜 내기 위해 몇 가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저처럼 육아 스트레스로 하루에도 몇 번씩 불같이 달아오르는 분들과 공감하고자 그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사랑하는' 수식어 붙이기

아이를 부를 때 그냥 "OO야~"라고 부르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OO야~"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말을 듣지 않고 말썽을 부릴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매번 이렇게 하기에는 큰 어려움이 있더군요. 화가 나는데 '사랑하는'을 붙이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치고 나오는 화에 못 이겨 "야!!!!" 소리를 지르던 제겐 특히 어려운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랑하는'을 붙이려 하다 보니 화가 조금은 삭여지는 것 같더라고요. 화가 나면 참을 인을 세 번 쓰라고 하잖아요. 의도적으로 '사랑하는'을 붙이려 하면서 그 정도의 시간을 벌게 되니 자연스레 화의 크기도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화가 나지만 이 아이는 분명 내 사랑하는 아이다는 것을 떠올리게도 되고요. 


당연히 아이들도 그냥 이름을 부르거나 "야!"라고 하는 것보다 좋아합니다. 엄마가 화가 난 것 같은데 또 아닌 것 같은 그런 기분인가 봅니다. 아이와 저의 애착형성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듯해 장기적으로, 지속적으로 노력해 보려고 합니다.


"엄마 잠깐 쉬고 나올게"

왜 아이가 하교/하원해 돌아올 때가 되면 급 피곤해지는 걸까요. 일반 회사원이 하루 종일 피곤하다가도 퇴근할 시간만 되면 생생해지는 것처럼 심리적인 요인 때문일 것입니다. 이것은 정말 '하원 시간의 마법'입니다.

아이에게 필요 이상으로 화를 낸다면 엄마의 체력이 다 소진됐다는 것입니다. 엄마의 심신이 힘들기 때문에 전혀 그럴 일이 아닌데도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이상하게 계속 짜증이 나고 화가 날 때면 "엄마 잠깐 혼자 쉬고 나올게"라고 말하고 방에 들어가 눕습니다. 5분이고 10분이고 잠시 눈을 붙이고 나면 화가 누그러드는 것을 느낍니다. 잠깐 누워야지 하다가 한 시간을 잔 적이 몇 번 있어서 그 이후로는 알람을 맞춰놓고 눕는대도 알람 소리를 듣지 못한 날들도 있습니다. 그런 날은 고맙게도 아이들 역시 크게 말썽을 부리지 않고 잘 있어줍니다. 제가 쉬기 위해 텔레비전을 틀어준 덕분이기도 하지만요.


육아를 힘들게 하는 것은 어쩌면 엄마 자신일지도 모릅니다. 아이들을 완벽하게 케어해야 한다는 스스로의 압박이 힘듦을 배가시키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너무 지칠 때는 이렇게 잠시 쉬는 것이 엄마에게도 아이에게도 좋은 것 같습니다. 물론 아이들이 좀 커야 가능한 방법이긴 합니다.


그냥 쉬기

위의 방법과 이어지는 내용인데요, 그냥 자버리는 것입니다. 아이도 재워야 하고 집도 치워야 하고,  부담이 큰 만큼 화도 용량이 초과되고 맙니다.


하루쯤은 집안일 다 내팽개치고 쉬어도 되지 않나요? 전 살림에는 젬병이라 가사가 주는 스트레스도 큽니다. 남편이 들어왔을 때 쉴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놓아야 한다는 압박감도 있고요. 그렇다 보니 그 부담은 아이를 향한 화로 표현되더라고요.


그래서 하루쯤은 그냥 두고 아이와 같이 놀고 뒹굴뒹굴하다 자버립니다. 남편 눈치도 보이고 다음 날 가사일 폭탄 맞을 것도 걱정이지만 하룬데 어때요. 오늘 쉬어서 에너지 충전 잘 됐으니 다음 날 개운한 마음으로 하면 되지요.


화가 날 것 같다고 얘기하기

아이들로 인해 화가 날 것 같으면 그 화가 폭발하기 전에 미리 아이들에게 경고를 합니다. 


"엄마 곧 주전자가 될 것 같아"


예전에 둘째 아이가 유치원에서 들었다며 엄마가 화가 많이 나면 주전자가 된다는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그 이후 저는 화가 날 것 같을 때마다 "엄마 곧 주전자 될 것 같으니까 이제 그만 하자~"는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최근에는 청개구리와 엄마 이야기를 듣고 온 아이가 청개구리가 엄마 말을 너무 안 들어서 엄마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주전자'로도 상황 정리가 되지 않을 때는 


"엄마가 청개구리 엄마처럼 되면 좋겠어?" 


라고 합니다. 그러면 아이들도 조심하려고 하더라고요. 아직까지는 '청개구리 엄마' 방법의 효과가 좋습니다. 

아이들에게 심하게 화를 내기 전에 미리 엄마의 상태를 아이들에게 알리고 경고를 하면서 크게 화 내는 일도 조금씩 줄고 있습니다. 아이도 저도 서로 조심하게 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아이의 아기때 사진 보기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이지요. 아이의 어린 시절 사진이나 영상을 보면 아이에게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사랑스럽고 소중한 아이인데 화를 내지 말아야겠다는 마음이 솟아나는 것이죠. 힘든 시간에 가려져 잊혔던 그 모습들을 찾아보고 나면 조금 전 아이에게 소리를 질렀던 것도 금세 반성하게 됩니다. 주기적으로 아이의 옛 사진을 꺼내봐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인 것 같습니다. 


잉여시간 갖기

아이도 키우고 살림도 해야 하고. 여기에 일까지 해야 하는 엄마에게 잉여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너무도 힘든 일입니다. 아이 재우면서 같이 잠들어 아이가 깰 때 같이 깨는 날들도 많지요. 저는 하루에 10분이라도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최근에는 그 시간에 인기 드라마를 보고 있습니다. 남녀 주인공의 모습을 보면서 '그 마음이 언제까지 갈 것 같냐' 구시렁거리기도 하지만 잊힌 설렘 같은 것도 느껴지고 좋더라고요. 아이들 잠든 후 설거지를 하면서 옆에 스마트폰으로 그 드라마를 틀어놓기도 합니다. 또 정리나 청소를 하면서 이어폰으로 드라마 OST를 비롯해 좋아하는 노래도 듣지요. 


오디오북으로 유명 서적의 내용을 듣기도 합니다. 


이렇게 잠깐이라도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면 육아로 지친 심신에도 에너지가 생깁니다. 


<이별한다는 것에 대하여(채정호 지음/ 생각속의집>라는 책에서 인상깊은 구절이 있습니다. 


'불교에서는 화를 내 손에 숯불을 쥐고 그대로 상대에게 던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위험한 것이 '화'라는 의미다. 자칫 화의 불덩어리를 잘못 내던지면 상대는 물론이고 내 자신도 화상을 입을 수 있다.'


아이에게 화를 내고 있는 제 자신에게 꼭 필요한 구절이더라고요. 육아 전문가들은 너무 힘들 땐 주변에 도움을 청하라고 하지만 저는 남편에게도, 주변에게도 마땅히 도움을 청할만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실천이 어렵더군요. 그래서 위의 방법을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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