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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니슨 Sep 11. 2019

아이에게 스마트폰 게임을 허락한 이유

육아에세이

8살, 초등학교 1학년인 저희 큰 아이에게는 아직 휴대전화를 사주지 않았습니다. 엄마인 제가 일도 해야 하고 나름 바쁘지만 아이의 하교와 학원 드롭&픽업을 직접 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휴대전화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휴대전화에 벌써 자유롭게 노출시키고 싶지 않다는 이유도 있습니다. 아이에게 휴대전화를 사주지 않아도 부모님의 것 등을 통해 휴대전화를 접할 기회는 많지만 제가 100% 통제할 수 있느냐 그럴 수 없느냐의 문제가 다소 있는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는 휴대전화 사용에 대해서는 제가 100% 통제해야 한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어린이 및 부모 상담을 전문으로 하고 있는 지인에게 휴대전화 사용 시기에 대해 물었을 때 돌아온 답이 '최대한 늦게'였기에 저는 제 생각을 좀 더 확고히 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들로 아이에게는 휴대전화가 없습니다. 다수의 친구들이 휴대전화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 저는 "3학년 되면 사줄게"라며 계속 미루고 있습니다.

휴대전화 사주는 시기는 미뤘는데 최근에 '게임'이 제 발목을 잡았습니다.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스마트폰 게임이 있습니다. 아이는 언제부턴가 그 게임 얘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해당 게임을 전혀 알지 못했던 저는 아이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그것이 게임 이야기라는 것을 알았죠. 게임명은 'ㅂㄹㅅㅌㅈ'. 알고 보니 유치원에서도 그 게임 이야기를 하는 아이들이 많다고 합니다.


제 아이는 친구들이 다 그 게임을 한다며 자신도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저는 "절대 안 돼!"라고 아이의 요구를 막아섰습니다. 휴대전화도 안 사주는 판에 게임을 시킨다는 것은 제 기준에서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였습니다.



게임을 시켜주게 된 이유

게임을 너무 하고 싶지만 엄마가 절대 시켜주지 않기 때문에 아이는 몰래 그 게임을 하려고 했습니다. 할아버지를 만났을 때 엄마 몰래 할아버지 핸드폰으로 그 게임을 하는 것이죠. 잠깐씩 동영상을 보는 줄 알았는데 게임을 했다는 사실에 화가 나 아이를 많이 다그친 기억이 있습니다. 


아이가 같이 학원 수업을 듣는 친구 중에 엄마가 늦게 오는 친구가 있습니다. 수업이 끝나면 제 아이는 친구와 함께 친구의 엄마가 오실 때까지 기다립니다. 물론 저도 그 옆에 있고요. 그 친구가 엄마를 기다리며 휴대전화로 게임을 할 때가 있는데 게임을 보고 싶었던 아이는 친구 옆에 바짝 붙어서 구경을 하려 했죠. 그 친구는 보지 말라고 아이를 밀어냈습니다. 속상한 아이는 제게 와 투정을 부리지만 제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없었습니다. 보여주고 말고는 그 친구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기껏 해봐야 "같이 보여주면 안 될까?"라고 말하는 것뿐이었습니다. 


또 하루는 아이가 친구들이 다 그 게임 이야기를 해서 자기는 끼워주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런 일들을 겪으니 아이가 게임을 못 하게 하는 것이 무조건 바람직하기만 하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가 하고 싶다니, 친구들이 다 한다니  가끔 제 휴대전화로 최대 30분 정도씩 해당 게임을 시켜주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 이후에 발생했습니다. 


스마트폰 게임이 부정적인 이유


1. 중독 증세를 보인다


아이는 틈만 나면 게임을 하고 싶어 합니다. 한 번 재미를 봤으니 계속 생각이 나는 것이겠죠. 눈 뜨는 시간부터 밤에 자는 시간까지 입만 열면 그 게임 얘기를 합니다. 


주말에 가족여행을 가서 계속 스마트폰을 달라고 손을 내미는 아이를 보면서 한숨이 나기도 했습니다. 


아침에 저보다 먼저 일어난 아이가 제 휴대전화를 가져가 몰래 게임을 한 적도 몇 번 있습니다. 평소에는 정해진 시간에, 제가 허락할 때만 게임을 할 수 있거든요. 제가 경계했던 '통제되지 않는 상황'이 생긴 것이죠. 평소 제가 굉장히 엄격한 성격이기도 하지만 그런 아이의 행동을 용납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2. 자세가 좋지 못하다

게임을 하는 아이를 보면 허리를 구부정하게 구부리고 목을 잔뜩 뺀 채 게임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성장기 아이에게 굉장히 좋지 못한 자세죠. 그럴 때마다 저는 "허리 펴!"라고 자세를 교정시키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또다시 구부정한 자세로 게임을 하고 있는 아이를 보게 됩니다. 


3. 시력에 안 좋은 영향을 준다

장시간은 아니지만 스마트폰을 보고 있으니 시력에 좋지 않은 것은 당연합니다. 게다가 스마트폰을 눈 바로 앞에 놓고 게임을 하고 있는 아이를 보면 마음이 좋지 않습니다. "너무 가까워!"라고 아이를 다그치지만 이 또한 잠시뿐입니다.  


4. 욕설을 내뱉는다

게임을 하면서 아이가 내뱉는 "죽여! 죽여!"라는 욕설은 저를 경악하게 했습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언어가 거칠어진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실제 아이의 친구들을 보면 더 심한 말을 쓰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제 아이에 대해서는 아직 용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학년이 높아지면서 어차피 쓰게 될 말이라지만 굳이 지금부터 그런 말을 써야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평소 아이의 말버릇에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데 죽이라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으면서 게임을 하는 아이를 보니 속이 부글부글 끓더군요.


1학년 어린아이 입에서 나오는 험악한 표현을 들으며 '이 게임 대체 뭔데?'라는 생각에 검색을 해봤습니다. 유명한 게임회사에서 만든 것 같더군요. 그런데 그 게임회사가 만든 모든 게임은 '13세 이상'이라는 안내 문구를 보면서 '이걸 꼭 시켜줘야 하나'라는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친구들이 다 한다니, 친구들이 매일 그 얘기를 하는데 낄 수가 없다니 조금씩 허용해 주고는 있지만 영 못마땅합니다.


5. 떼를 쓴다

떼야 늘 쓰는 것이지만 게임으로 인한 떼를 쓰는 것이 문제입니다. 가령, 아이가 좋아하는 게임 캐릭터가 있는데 그 캐릭터를 얻으려면 레벨이 높아지거나 게임을 더 많이 해야 하는 모양입니다. 제가 알아보니 그랬습니다. 그런데 아이는 지금 당장 그 캐릭터로 게임을 하고 싶은 것이죠. 제가 살펴보니 캐릭터를 사는 방법도 있긴 했습니다. 


저는 아이에게 설명했습니다. 


"엄마가 보니까 그 캐릭터가 얻을 때까지 게임을 열심히 해야 하는 것 같아. 아니면 돈을 주고 사야 하는 것 같은데, 엄마는 게임하자고 돈 주고 그걸 사주고 싶진 않아"


돈 주고 살 수 있다는 말을 괜히 꺼낸 걸까요. 아이는 며칠을 그 캐릭터를 사달라고 졸라댔습니다. 저는 안된다고 좋게 말하다가 결국 소리를 지르게 됐지요. 그 이후로 아이는 사달라고는 하지 않지만 그 캐릭터를 갖고 싶다고 가끔 떼를 씁니다. 





어차피 아이를 위해 게임을 시켜주기로 했으니 부정적인 요인이 아무리 크더라도 긍정적인 변화도 찾아보려고 합니다. 제가 찾은 게임의 이점은 이렇습니다. 


스마트폰 게임의 긍정적인 요소



1. 장난감 사는 비용이 저렴하다

제가 느낀 가장 큰 이점은 장난감 사주는 비용이 적게 든다는 것입니다. 과거 변신 로봇을 사달라고 조를 때는 한 번에 큰돈이 나가야 해서 안 된다고 거부하기만 했는데 게임을 시작한 후에 사달라고 하는 것들은 고작 열쇠고리, 배지 정도더라고요. 500원이면 되는 것들이었습니다. 그래서 매번은 아니지만 가끔 500원을 쥐여주며 사고 싶은 것 사라고 선심을 쓰기도 합니다. 


2. 게임을 통해 협상이 된다

게임을 하고 싶으면 이걸 꼭 해야 한다고 협상을 하는 것입니다. 학습지 숙제를 시키거나 씻기 싫어할 때 씻게 하는 데도 요긴합니다. "게임 5분이라도 더 하고 싶으면 숙제 빨리해야지~"라고 하면 평소 하기 싫어서 세월아 네월아 하던 아이가 순식간에 숙제를 해내는 기적을 보여주더군요.


3. 스트레스 해소의 방법이 된다

아이라고 스트레스가 없을까요. 신생아 때부터 부모가 생각하지 못하는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합니다. 어른들이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그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듯 아이에게도 스트레스 해소의 방법이 있어야 합니다. 그 방법이 요즘 제 아이에게는 게임입니다. 아이는 게임을 하면서 여러 가지 스트레스를 푸는 것 같습니다(제가 그렇게 믿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스트레스 해소의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게임도 그중 하나가 될 수 있는 것이죠.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방식의 해소법입니다.


4. 간식 먹는 횟수가 줄어든다

아이는 하굣길에, 학원 픽업 후 집에 오는 길에 간식을 요구하곤 했습니다. 저도 종종 그 요구에 응했고요. 게임을 한 이후로는 간식보다는 게임입니다. 간식 사 먹을 시간에 빨리 집에 가서 게임을 하겠다는 것이죠. 특히나 동생이 하원해서 오기 전에만 게임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아이는 평소보다 신속해집니다. 


간식을 수시로 요구하는 아이를 보며 걱정이 되기도 했는데, 그런 걱정은 덜게 된 셈입니다.



아이가 어떤 게임을 하는지 부모가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저도 몇 번 게임을 해봤는데 제 입장에서는 도대체 왜 재미가 있는지 모르겠는 게임이었습니다. 아이에게 게임 캐릭터 열쇠고리를 사주기 위해 들른 문구점 사장님도 "이게 뭐라고~"라며 아이들이 열광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하더군요. 


지인의 아이는 게임을 일찍 시작해 지금은 시들해졌다고 합니다. 평일에는 아예 하지 않고 주말에만 조금씩 하고 있다면서 저희 아이도 처음이라 그런 것이고 곧 열정도 식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 아이도 처음에는 새벽부터 일어나 친구들과 함께 게임을 하곤 했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죠. 빨리 그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종종 아이가 게임하고 있는 모습이 못마땅하지만 게임의 긍정적인 효과를 생각하며, 부모의 지도하에, 시간을 정해서, 30분을 넘지 않는 시간 안에서는 게임을 시켜주려고 합니다. 



에필로그.

퇴근해 돌아와서, 주말에 수시로 스마트폰 게임을 하고 있는 남편을 보면서 드는 생각. 

'그 아빠에 그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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