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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니슨 Oct 22. 2019

책 육아, 중요하지만 실천이 어려운 이유

육아에세이

매주 목요일은 독서기록장을 가져오는 날입니다


초등학교 1학년인 큰 아이의 알림장을 보고 내 속이 시끄러워졌다. '이렇게 의무적으로라도 책을 읽으면 좋겠다'라는 생각과 '독서기록장? 이거 내 숙제 아니야?'라는 생각이었다. 어찌됐든 매주 독서기록장에 감상문을 써가야 한다는 것이 내게는 너무도 부담스럽게 다가왔다. 아직 글씨도 제대로 모르는 아이에게 독서감상문이라니. 이건 정말이지 아이가 아닌 엄마인 내게 주어지는 숙제였다. '독서감상문은 또 어떻게 쓰는거야!' 머리가 지끈거렸다.


독서감상문은 내가 살고 있는 시에서 운영하는 '독서 마라톤'이라는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책을 읽고 기록장에 독서감상문을 쓰며 읽은 폐이지수를 계속 더하며 기록하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책을 많이 읽어줘야 한다는 것은 부모라면 다 알고 있는 '명제'다. 하지만 나는 (부끄럽지만)어쩌다 한 번 책 읽어주는, 책 읽어주기와는 담쌓은 엄마다. '왜, 나는 책 읽어주기와 담을 쌓았을까' 곰곰이 생각해봤다. 


아이들이 내 기대만큼 따라오지 않았던 게 가장 큰 이유인 것 같다. 이를테면, 책을 읽어주는데 아이들이 딴짓을 하거나 중간에 계속 내게 말을 시키는 등 집중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것을 매번 참기는 힘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결국 "너네 이럴 거면 왜 엄마한테 책 읽어달라고 했어!"라며 윽박을 지르게 되는 것이다. 


'귀찮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였다. 내겐 아이를 돌보는 것 외에도 해야 할 일들이 많은데 10분 이상의 시간을 가만히 앉아서 책을 읽어주는 게 귀찮고 또 아깝기도 했던 것 같다. 


"책 읽어주세요"라는 아이들의 요청이 시간을 벌려는 아이들의 수법 중 하나라고 느껴지기도 했다. 내 아이들은 꼭 TV보기, 놀기 등 자기들 할 것 다 하고 자야 할 시간이 돼서야 책을 읽어달라고 한다. 그러니 내가 느끼기에는 안 자려고 핑계를 대는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이 외에도 등등의 이유로 나는 책을 잘 읽어주지 않는 엄마가 됐다. 하지만 책 읽기의 중요성만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실천은 못하지만 이론에는 강하다고나 할까. 


최근엔 <공부가 쉬워지는 초등독서법>이라는 책을 통해 책 읽기의 중요함을 상기하고 있다. 그 책은 책을 많이 읽으면 독해력이 좋아지고, 책을 통해 여러 가지 배경 지식을 쌓아 이해력도 빠르다고 이야기한다. 책을 많이 읽으면 어려운 내용도 거부감 없이 재미있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이유들로 독서를 좋아하고 독서가 습관이 된 아이들은 공부의 시작점이 다르다고 책은 말한다. 책을 많이 읽으면 감성이 깊어지고 문제해결력이 키워지고 심리적으로도 긍정적이다. 이렇게 책 읽기는 여러 방면에서 중요한 밑바탕이 된다. 


그런데 나는 '아이들이 집중하지 않는다', '바쁘고 귀찮다', '안 자려는 핑계에 응하지 않겠다'라는 등의 이유를 대며 책 읽기를 멀리하고 있었으니 얼마나 부끄러운지 모른다. 

책 욕심은 있었다. 지난해 말에 이 시기에 읽으면 좋다고 추천하는 전집을 샀다. 다행히 동네 맘 카페에서 저렴하게 중고로 판매하고 있었다. 그 책들을 책꽂이에 꽂아놓고 나는 혼자 뿌듯했다. 책꽂이에만 꽂아두면 마치 내 아이들이 그 책을 다 읽은 것만 같았다. 그렇다. 나는 참 문제가 많다. 


'나도 이제 매일 책 한 권이라도 읽어줘야지' 마음은 먹었지만 대체 어떻게 읽어줘야겠는지 감이 오지 않았다. 내 이야기를 들은 지인(책 육아를 실천하고 있는)은 내게 말했다. 


"아이에게 책의 내용을 가르치려고 하지 말아요. '엄마가 방금 뭐라고 읽었지?'라고 확인도 하려고 하지 말아요. 일단은 아이가 책이랑 친해지게 하면 돼요. 아이들은 딴짓을 하더라도 엄마는 계속 읽어요. 아이가 딴짓을 하지만 귀는 열려 있잖아요~ "


결국은 또 내 육아 방식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동안 책을 읽어주면서 계속 아이들에게 내가 읽어주는 것을 듣고 있는지, 또 아이가 이 글자를 아는지 등을 확인 하려고 했다. 그래야 아이가 책을 제대로 듣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게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고 나니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기도 했다. 나는 아이가 책을 보면 꼭 그 내용을 이해하고 기억해야 한다고 내 나름의 규칙을 세우고 있었던 모양이다. 

독서기록장을 쓰기 위해 아이에게 책을 읽어줬다. 그리고는 독서기록장을 펼쳤다. 첫 장에 담임선생님의 친절한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독서감상문을 기록하는 여러 가지 방법에 대해 안내하는 것이었는데 그저 글로만 쓸 수 있는 게 아니라 그림을 그릴 수도 있고, 마음에 남는 문구를 따라 쓸 수도 있었다. 또 책의 제목을 바꿔보는 것도 독서감상문을 쓰는 방법 중 하나였다. 

생각보다 간단하고 쉬웠다. 



책 읽어주기는 이렇게 생각보다 쉬운 일일지도 모른다. 책 육아를 하는 또 다른 지인은 "애들이 정말 늦게 잘 핑계로 책을 읽어달라고 할 수도 있어. 그러면 매일 밤 시간을 정해서 몇 시까지는 놀고 그 이후부터는 책 읽기로 시간을 정해봐~"라고 조언했다. 그 말대로  매일 일정 시간까지는 먹고 놀고 치우고 등의 일과를 끝내고 자기 전 30~40분은 책 읽어주는 시간을 가질 생각이다. 오늘이 그 첫날이다. 아직까지는 의욕이 넘치는데, 내심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으니 오늘은 천천히 시작해 보려고 한다. 



#육아 #육아일기 #육아에세이 #육아스트레스 #책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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