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버터떡과 덜어내는 마음

채우는 것보다 넘치는 것을 덜어내는 게 더 어렵더라

by 이니슨

상하이 버터떡을 만들기로 했다.

알고리즘을 타고 여러 레시피들을 총망라해 보니 어렵지 않아 보였다. 찹쌀가루에 타피오카 전분, 생크림까지 맛을 내는 데 중요하다는 재료들을 모두 준비해 레시피대로 한 데 모았다.


그런데 생크림을 얼마큼 넣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만드는 당일에 참고한 레시피에는 생크림이 필요 없었던 까닭이다.


'레시피에 없으니 넣지 말아야 할까'


잠깐의 고민은 '넣으면 더 맛있겠지'라는 결론을 낳았다. 눈대중으로 생크림을 휘리릭 한 두 바퀴 둘렀다. 이제 맛있게 구워질 일만 남았다.


두근두근


냄새는 꽤 그럴듯했다. 모양은 SNS에서 보던 것과는 차이가 있었지만 아주 못 볼 꼴은 아니었다. 그런데 맛은..... 단맛 대신 이상하게 느끼한 맛이 도는 통에 아이들도 나도 '못 먹겠다'며 혀를 내둘렀다. 아무래도 레시피를 따르지 않고 오버해서 생크림을 넣었기 때문인 듯하다.



AI 생성 이미지


얼마 전에는 콩나물밥을 하다가 솥 바닥을 새까맣게 태운 일이 있었다. 누룽지를 맛있게 만들겠다며 평소보다 5분쯤 오래 가스불에 올려놨을 뿐인데 누룽지는커녕 탄 내만이 집안을 가득 채웠다.


두 실패 모두 정도를 지키지 않은 데서 시작됐다. 지나친 것은 부족한 것만 못하다고 하더니 결과는 참혹했다.


생각해 보면 이런 일은 부엌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다. 말도, 마음도, 일도 일상의 곳곳에서 같은 상황을 자주 만난다. 요즘은 유독 말이 그런 것 같다.


'이 정도는 말해도 되겠지?'

'우리 사이에 이 말은 괜찮을 거야'


타인과의 거리를 지키지 못하고 한 마디를 더하는 순, '앗차' 싶을 때가 있다.

특히 '다 너 생각해서 하는 말이야'라는 말은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하거나 상처를 남긴다.


동료와의 관계 문제로 고민하는 배우자에게 "너 생각해서 하는 말인데, 너의 그 예민한 성격이 문제야"라고 하거나

자녀 학업 문제로 고민하는 친구에게 "다 너 생각해서 하는 말인데, 성적으로 대학은 가겠니?"라고 하는 것처럼.


가까운 사이여도 멈춰야 할 선은 있다. 벗어나는 순간 관계에는 균열이 생긴다.


AI 생성 이미지


우리는 종종 부족한 것을 채우는 데는 익숙하지만 넘치는 것을 덜어내는 데는 서툴다.


하지만 음식의 맛을 좌우하는 건 '더하기'가 아니라 '멈춤'인 것처럼, 우리에게 필요한 건 더하는 능력이 아니라 멈추는 감각일지 모른다.


이 글도 여러 번 고쳐본다. 넘치지 않도록.


여러분의 요즘은 어떠신가요?
덜어내고 싶은 것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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