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로서 명절에 들은 당황스런 말들

by 이니슨

설 연휴가 시작됐다. 명절이 가족들과 만나 즐거운 것이 아니라 노동과 인내와 눈치보기로 대표되는 경우가 있다. 특히 결혼한 여자들에게 명절은 때때로 '없어졌으면 좋겠는 날'이다.


하루 종일 음식을 하고 차리고 치우고 또 차리고 치우고가 반복돼 몸이 힘든 것은 물론이고 남편과 시집식구들의 여러 말들로 심적인 스트레스가 크기도 하다.



그래서 내가 겪거나 전해 들은 명절에 들은 당황스러운 말들 떠올려봤다. 그리고 상상으로나마 이렇게 말할 수 있었으면 어땠을까도 생각해봤다.



바통터치해야지(시집간 시누이가 친정으로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자는 것.)


뭐? 누군 친정 오고, 누군 그때까지 기다리고? 네 동생은 딸이고, 난 며느리다 이거냐!! 나도 친정에서 엄마 아빠 기다리거든!!



친정에 언제까지 있을 거니? 니 시누들 왔는데 밥이라도 같이 먹어야지.


네? 또 오라고요? 어머님. 어머님 딸들은 시집에서 친정 와서 띵가띵가 노는데 전 친정에 있다가 또 오라고요? 저희 명절에만 만날 수 있는 사이 아니잖아요. 지난주에도 두 번이나 만났잖아요. 굳이 명절에까지 만나야 해요? 저도 이 집의 딸이라고요!!


집에 가면 맛있는 거 많이 있잖아(명절 전 우울해 하는 아내에게 남편이 하는 말).


뭐? 그 음식 누가 하는데? 네가 하니? 내가 다해. 어차피 내가 할 건데 그게 맛있는 거 많다고 좋아할 일이냐?넌 매번 먹기만 하니까 좋겠지. 너 먹이려고 내가 하루 종일 얼마나 힘든지 알기나 해?


엄마 힘드실 테니 저녁 먹고 가라(명절 당일 차례 지내고 성묘까지 다녀온 저녁 시간 때 시어머니의 말씀).

네? 정말 그런 마음이세요? 진정 제 친정부모님을 걱정해서 하시는 말씀이세요? 어떻게 해서든 늦게 보내고 싶으신 건 아니고요? 어머님. 저도 딸이라고요.


친정 갈거니?

네? 그건 왜 물으세요? 당연한 거 아니에요? 여긴 한 달에 두 번은 오지만 친정은 1년에 가는 횟수가 손에 꼽아요. 명절에라도 맘 편히 가게 해주세요. 그렇게 친정 보내기 싫다는 표정으로 계시지 마시고요.



애들 차에서 힘드니 친정에는 애들 놓고 다녀와라


네? 어머님. 애들 여기 오는데도 3시간 동안 힘들었어요. 그럼 앞으로 애들은 다른 데 놓고 올까요? 친정부모님도 어머님처럼 애들 보고 싶으세요~


귀머거리 3년, 벙어리 3년(손윗 시누이의 말)


네? 지금이 무슨 쌍팔년도예요? 게다가 그 말을 가정이 있는 형님한테 들을 말은 아닌 것 같은데요? 매일 친정 오셔서 남편이고 시집이고 욕하시잖아요? 옆에서 제가 듣기 민망할 정도로요. 제게 훈계하기 전에 너나 잘하세요!


아들~ 오느라 고생했으니 들어가서 좀 쉬어라.


네? 어머님. 운전은 제가 했는데요? 아범은 옆에서 코 골고 잠만 잤는데요? 그럼 제가 대신 들어가서 쉬면 될까요? 그렇게 귀하시면 다시 데려가세요!



이 글은 내가 며느리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며느리 입장에 대한 것들이다. 남편들 역시 남편으로서 아들로서 사위로서 명절에 겪는 여러 가지 스트레스가 있을 것이다.


올해 설은 남편과 아내 모두가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함께 하는' 명절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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