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다세대 주택 혹은 아파트에서 주로 발생하는 소음 공해. 화장실 물소리, 바닥충격음 소리, 피아노 소리, 오디오 소리, 대화 소리, TV 소리 등을 총칭하여 부르는 것이라고 위키백과에 정의돼 있다.
특히 층간소음 중에서도 콘크리트면에 직접 충격이 가해짐으로써 발생하는 바닥충격음은 인접세대에 쉽게 전달되는 특성을 갖고 있는데 이러한 소음은 주로 위층 아래층에서 아이들이 뛰는 소리와 물건을 끌어 옮기거나 떨어지는 등의 소리라고 위키백과는 강조한다.
빌라,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생활하는 가구가 늘어나면서 층간소음은 끊이지 않고 대두되는 문제다. 폭행에 보복에 살인까지. 물론 일부의 이야기지만 층간소음은 결코 좌시해서는 안 될 심각한 문제다.
어린아이를 키우는 있는 가정에서는 층간소음에 더욱 예민하다. 아이에게 수시로 층간소음 문제에 대해 훈육하고 상기시켜야 하고 "발 살살!", "뛰지 마!" 소리까지 질러야 한다. 이뿐 아니다. 이사를 가기 전에 아랫집 사람들의 성향을 파악해야 하는 것은 기본, 이사를 간 후에도 일종의 뇌물(예를 들면, 주스 세트 등)을 들고 내려가 양해를 구해야 한다.
"저희 집에 아이가 있어서..."
아랫집의 손에 들려 준 뇌물에는 '저희 아이들이 다소 소란스러울 수 있어요. 하지만 최대한 소란을 피우지 않도록 단속을 잘하겠습니다. 혹시 불편이 있으시더라도 양해 부탁드립니다'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나 역시 이사를 다닐 때마다 아랫집에 내려가 허리를 조아리곤 했다.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게 당연하다고 여겼다.
그런데, 요즘 들어 이런 생각이 든다.
'층간소음 문제는 윗 집이 을이고, 아랫집이 갑이야? 윗집이 피의자라도 되는 거야?'
내가 사는 아파트 엘리베이터에는 광고 영상이 나오는 기기가 설치돼 있다. 여러 광고 사이에 층간소음에 대한 메시지가 전달되는데, 여러 가지 주의사항에 대해 알려주면서 '우리 집의 바닥은 아랫집의 천장이니 조심하라'는 메시지가 빠지지 않고 포함된다. 종종 나오는 아파트 관리 방송에서도 이 멘트는 어김없이 등장한다.
"우리 집의 바닥은 아랫집의 천장이니......"
그렇다. 우리 집의 바닥은 아랫집의 천장이다. 공동주택에서는 어쩔 수 없는 구조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우리 집 바닥이 아랫집의 천장이니 층간소음은 나만 조심하면 되는 문제라는 건가? 층간소음 문제는 어느 한 집에서만 노력해야 할 일이 아니라 서로가 노력하고 이해하고 양보해야 할 문제이지 않던가.
우리 집 바닥이 아랫집의 천장인 것처럼 우리 집 천장은 윗 집의 바닥이다.
어쩔 수 없이 감당해야 할 소음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공동주택에서의 삶을 선택했다면 아랫집을 배려해 최대한 조심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윗집을 배려해 이해하려는 것도 당연하다.
물론, 소음의 정도는 지극히 주관적이기에 '윗집의 소음이 심하다', '아랫집이 예민하다' 평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아랫집이 갑이고 윗집이 을이 되는 분위기를 만들어서는 안 되는 것 아닐까. 층간소음 캠페인에서 '우리 집 바닥은 아랫집의 천장이니 조심하라'고만 언급할 것이 아니라 '우리 집 천장은 윗집의 바닥이니 이해하는 마음도 필요하다'는 언급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나 역시 아랫집과 윗집이 있는 공동주택에 살고 있다. 아랫집을 생각해서 아이들에게 소리를 지르면서까지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한다. 물론 우리 가족이 조심하는 정도가 아랫집이 만족할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또한 윗집을 생각해서 늦은 시간에 무거운 물건 끄는 소리가 나도, 쿵쿵 대고 다니는 소리가 나도 이해하고 있다. 윗집은 비어있는 집이 아니라 누군가 살고 있는 집이기 때문에.
'저희 아이들이 다소 소란스러울 수 있으나 최대한 조심시키겠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라는 윗집에게 "네"라는 당연하다는 듯한 대답 대신, '아이 있는 집이야?'라며 쌍심지 켜고 쳐다보는 것 대신 "네 알겠습니다. 저희도 최대한 이해하려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예민한 편이니 늦은 시간에는 각별히 주의 부탁드립니다" 정도의 반응을 보이는 것이 옳지 않나 싶다. 윗집이든 아랫집이든 갑을 관계도, 피의자-피해자의 관계도 아니니까. 그저 서로 조심하고 이해하면서 살아야 할 이웃이니까.
가끔 밤에 아이들이 자려고 누웠다가 쿵쿵거리는 소리가 나서 무섭다고 할 때가 있다. 윗 집에 사는 사람들이 생활하는 소리다. 아이들이 성인 대비 일찍 자기 때문에 윗 집의 생활하는 소리가 들릴 수밖에 없다. 그럴 때 나는 아이들에게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