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내 머리를 유심히 살핀다.
내 앞머리에 모여 있는 새치를 보는 것이다.
그러다 이내 손으로 내 앞 머리를 뒤적이더니 묻는다.
"엄마 머리 색깔이 하얘. 왜 그래?"
"음.. 아마도.. 피곤해서?"
"늙어가면서 그런 거야?"
늙어가면서라니.. 어린아이다운 표현에 웃음이 난다.
아이는 엄마는 왜 늙어가냐고 다시 묻는다.
나는 답한다.
"늙어가는 거 아니고 성숙해지는 거야."
"성숙이 뭐야?"
"더 나은 어른, 더 멋진 어른, 더 좋은 어른이 되고 있다는 거야."
나이 듦을 '성숙'으로 포장하고 보니 꽤 근사하게 느껴진다.
그래.
난 지금 나이를 먹고 있는 게 아니라,
늙어가고 있는 게 아니라
더 성숙하고, 멋지고 좋은 어른이 되고 있다.
그렇게 매일 더 나아지고 있을 것이다.
한참을 듣고 있던 아이의 뼈를 때리는 물음.
"아빠는 그런 거 없던데?"
"그야.. 아빠보다 엄마가 더 멋진 어른인가 보지~ㅎㅎ"
(그러게. 아빠가 엄마보다 나이도 많은데 왜 엄마만 이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