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함의 크기가 커지기 전에
나는 약간의 우울함과 그것보다는 약하지만 또 약간의 분노조절장애를 갖고 있다. 언제부터 시작된 것인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살면서 우울하지 않고 분노조절이 잘 되지 않았던 경험이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우울함이 무서운 것은 처음에는 인지할 수 없을 정도로 작았지만 또 다른 우울함을 끌고 와 몸땡이를 어마무시하게 불린다는 것이다. 그렇게 커진 우울함은 쉴 새 없이 덩어리가 불어나 걷잡을 수 없을 정도의 괴물이 돼 버린다.
애초에 시작을 말았어야 했다. 우울함의 씨가 자리잡기 전에, 싹이 트기 전에, 줄기가 자라기 전에, 꽃을 피우기 전에, 열매를 맺기 전에, 거대한 나무로 자라기 전에 시작도 말았어야 했다. 시작이 됐더라도 작은 씨앗에 불과할 때 단속을 했어야 했다. 베어버리기도 힘들 정도로 너무 커진 그것은 제 주인까지 삼키려 달려든다.
마음에 우울함이 싹트기 시작하거든 더 자라지 못하도록 손을 써야 한다. 주변에 이야기를 해서 도움을 받는 것도 좋지만, 결국 내가 해야 할 몫이다. 내 마음을 다스리는 마음을 찾아보자. 햇빛을 맞으며 걷자. 생각을 비워내고 맑은 공기를 채워 넣자. 마음이 맞는 사람들을 만나 왁자지껄 떠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