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그 흔적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내 일부로 받아들이곤 한다.
그래서일까.
이제는 곁에 없는 그 사람이 남긴 버릇들이 여전히 내 일상 속에 남아,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습관이 되었다. 나는 여전히 그 사람처럼 커피를 마시고, 무심코 그 사람이 좋아하던 노래를 흥얼거린다. 하지만 그럴수록 그것들은 그를 떠올리게 하는 아픈 습관이 되어버렸다.
아침에 눈을 뜨면 아직도 그 사람이 내리던 커피 향이 나는 것 같다.
늘 아침을 커피 한 잔으로 시작해야 한다던 그 사람이었다. 끊이지 않을 것 같던 커피 향이 사라진 순간,
우리의 관계도 그렇게 끝이 났다.
알람처럼 나를 깨우던 커피 향은 어느 순간부터 완전히 사라졌다. 이제는 더 이상 느낄 수 없듯이, 그 사람도 내 곁에 없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눈을 뜨면 커피를 내린다.
그 사람이 좋아하던 원두가 아직 몇 봉지 남아 있으니까. 그를 떠나보내면서도, 나는 마지막 흔적조차 버리지 못한 채 남겨 두었다.
이별 후의 감정은 생각보다 더 깊고 복잡하다.
며칠 동안은 눈을 뜨고, 숨을 쉬는 현실이 실감 나지 않았다. 언제든 다시 돌아올 것만 같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깨닫게 된다. 아무리 기다려도, 아무리 같은 자리를 서성이더라도 돌아오는 것은 그 사람이 아니라 기억뿐이라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거닐던 거리에서 발걸음을 멈출 때가 있다. 우리 둘이 자주 가던 카페, 골목 사이 간판도 없지만 푸짐한 반찬이 나오던 백반집, 다음에 꼭 가보자며 지나쳤던 디저트 카페… 모든 곳이 그의 흔적으로 가득 차 있다. 발길을 돌려보지만, 여전히 그곳에 멈춰버린 기억들이 나를 붙잡는다.
밤이 되면 허전함이 더욱 깊어진다. 그와 나누던 대화가 사라지고, 이제는 오롯이 나 혼자만의 기억들이 나를 감싼다.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 스스로를 위로하지만, 새벽이 되면 그의 목소리가 머릿속을 맴돈다.
휴대폰을 들어 그의 번호를 찾아본다. 이미 삭제해 버린 번호를 떠올려 보며, 한없이 휴대폰만 들여다보다가 결국 내려놓는다. 이제는 연락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에, 그렇게 많은 밤을 지새운다.
그 사람은 늘 왼손으로 커피잔을 잡고, 입술을 한 번 가져다 대며 온도를 재듯 커피를 마셨다. 그 모습이 아직도 선명하다. 처음엔 그저 뜨거운 것을 잘 못 마셔서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커피를 마실 때 같은 동작을 반복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는 서로를 닮아갔다. 사소한 습관까지도. 길을 지나며 들리던 노래를 흥얼거리고, 서로를 바라보며 웃다가 장난스럽게 놀리던 순간들까지도…
이제는 없는 그 사람의 버릇이라는 걸 알면서도, 내 안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따뜻했던 커피잔이 식어 차가워지듯,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그 사람과, 함께 나눴던 온기 역시 점점 멀어져 간다.
그 사람은 없지만, 그 사람의 작은 버릇들은 내 안에 남아 이젠 내 습관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나는 그 버릇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아직도 모르겠다.
그를 닮아버린 내가 낯설다.
한때는 "나는 절대 그러지 않을 거야"라고 웃으며 말했던 것들이 이제는 내 모습이 되었다.
방법은 모른다. 그저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 믿으며,
그리움이 습관이 되어버린 나를 오늘도 그렇게 위로할 뿐이다.
내 안에 남은 그의 흔적들을 조금씩 지우며, 다시 나만의 습관을 찾아가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