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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지하다 Jun 10. 2023

원리를 찾아라.

"원리를 찾으셔야 해요"



한국어교원자격증 2급 실습수업을 실시간 온라인으로 듣던 중에 선생님이 하신 말이다.

학생 중 누군가가 문법에 관한 어떤 질문을 던졌고,

열과 성을 다하여 답변을 하시던 선생님께서 마지막에 하신 말이다.


"문법 규칙은 무수히 많습니다. 여러분 스스로 원리를 찾으셔야 해요."


ㄴ받침이 ㄹ로 바뀌어 발음되는 유음화 현상으로 인해, 그것은 "월리를 찾으셔야 해요"로 들렸고,

나는 생뚱 맞고도 당연하게 월리를 떠올렸다.



초등학생 시절 내가 파랑새보다 더 찾고 싶었던, '월리를 찾아라' 속 월리.


우리 집엔 그 책이 없었다.

그 당시 나는 다가구 주택에 살고 있었는데, 아파트에 사는 친구들의 집에 가면 늘 '월리를 찾아라'가 있었다.

그럴 때면 친구와 함께 눈 돌아가며 월리를 찾았던 기억이 난다.

그 당시 뭣도 모르던 초등학생인 나에게도 그 책은 '물 건너온 책'임이 확 느껴지는 책이었고

알록달록한 일러스트와 함께, 촘촘히 그려진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월리를 찾는 것은 너무 신나는 일이었다.


한국에서는 '월리를 찾아라'로 번역되어 영국에서 탄생한 월리의 오리지널 이름이 지켜졌지만,

월리는 수출되는 지역에서 가장 보편적인 이름으로  Wally를 대체해야 더 많이 팔릴 거라는 전략 하에

북미에서는 'Waldo'로, 프랑스에서는 'Charlie'로, 독일에서는 'Walter'로, 덴마크에서는 'Holger'로,

그리고 핀란드에서는 'Vallu'가 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도 <철수를 찾아라> 정도가 되어야 마땅했겠지만,

월리는 누가 봐도 철수가 아닌 서양인임이 명백했기에 월리를 그대로 가져온 것 같다.




그렇게 잠깐 나는 월리를 떠올렸다가, 다시 "원리"로 돌아왔다.


[원리: 사물의 근본이 되는 이치, 행위의 규범, 기초가 되는 근거 또는 보편적 진리.]


인생의 원리... 20대 때에는 그런 것들은 생각해 볼 겨를도, 여유도 없이 정신없이 살다가

30대가 되고 난 이후에 자주 생각하게 되는 질문이다.

내 삶의 원리는 무엇일까? 곧 죽더라도 지키고 싶은 나만의 삶의 원칙이란 게 있을까?

사실 이런 철학적인 질문에 대한 답은 쉽지 않지만, 가장 먼저 떠오르는 한 가지를 생각하자면

내가 십 대 시절부터 그래왔듯이, 내가 아닌 그 누구라도 나 대신 내 인생의 선택을 하도록 놔두지 않는 것.

나에게 그것이 곧 자유이고 나를 온전한 나로 있게 하는 하나의 요인이다.

그리고 카르마. 즉, 내가 세상에 내놓는 것을 세상도 나에게 돌려준다는 것을 믿으며 사는 것.


이 외의 답들은 아직도 찾는 중이다.

40대가 되었을 땐 지금보단 조금 더 많이 깨닫길 바라고, 50대엔 더 많은 인생의 원리를 깨달았으면 좋겠다.

초등학생 시절, 내 눈엔 다 비슷비슷해 보이는 그림 속 사람들 사이에서

흰빨강 줄무늬 티를 입은 월리를 찾으려 그렇게 눈에 불을 켜고 에너지를 쏟았던 만큼

인생의 원리를 찾으려고 노력한다면, 사람들 속 숨어 있는 원리를 다 찾은 뒤 책을 덮을 수 있을 것 같다.


"WHERE'S WALLY?"

"WHERE'S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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