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가지 않는 변기 청소
집안일 중에서도
유독 손이 잘 가지 않는 일이 있다.
그중 하나가 변기 청소다.
매일 사용하는 공간이지만
유독 ‘나중에 해야지’, ‘조금 더 있다가’ 하며
미루게 되는 곳.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 들여다보면
조금씩 쌓인 얼룩,
물이 닿지 않는 구석에 자리 잡은 물때,
사용한 시간만큼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청소솔을 들고 구석을 문지르다 보면
문득 마음 한쪽이 묘하게 무거워진다.
‘내 마음속에도 이렇게 들여다보지 못한
구석이 있겠지.’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혼자 감춰둔 기억,
모른 척 넘긴 상처 같은 것들.
변기 청소는 늘 단순하지 않다.
냄새를 감수해야 하고,
고개를 숙여야 하고,
세제와 물을 들고 손을 직접 대야 하는
수고로움이 따른다.
그런데도 끝내고 나면
묘한 개운함이 남는다.
시각적으로도,
마음으로도.
삶도 그런 것 같다.
외면하고 싶었던 순간,
꺼내기 꺼렸던 이야기들.
그걸 정면으로 마주하고 나면
비로소 내 안이 조금 비워지는 것 같다.
더는 눈을 피하지 않아도 되는 안도감,
덜어낸 감정이 주는 여백 같은 것.
사람은 누구나
드러내기 싫은 마음이 있다.
감추고 싶은 자존심,
꺼내면 다시 상처 날까 두려운 감정들.
하지만 그걸 계속 쌓아두면
결국 마음속에 냄새가 난다.
말은 괜찮다고 하는데
표정에, 몸짓에
조금씩 새어 나오는 불편함.
변기 안의 찌든 때처럼.
그래서 때때로는
이런 불편한 마음도 직접 들여다보아야 한다.
굳이 고개를 숙이고,
물과 솔을 들고 닦아야 한다.
정면으로 마주하면
비로소 덜 불편해지고,
다시 쓸 수 있게 된다.
변기를 청소하면서 느낀다.
깨끗한 화장실이 주는 편안함은
단지 위생적인 공간 그 이상이다.
그건 결국 내 마음속 숨겨진 곳까지
한 번쯤 들여다보았다는 의미일지도.
살림은 늘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다.
더러움을 마주하고도 외면하지 않을 때,
비로소 그곳이 가장 맑아진다.